"한국도 국제빙상경기연맹에 가입된 이상 당연히 자국어로 된 규정집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여왕'에 오르고 동계올림픽 때마다 쇼트트랙에서 무더기로 금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은 빙상 강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International Skating Union) 정관 및 일반규정'의 한국어판조차 펴내지 않은 실정이다.

어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대원외국어고등학교 `피겨 연구동아리' 학생들이 자비를 들여 국내 최초로 ISU 정관 및 일반규정집을 번역, 출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원외고 재학 중인 김희진, 황윤아, 조한이, 김서윤(이상 3학년 진학), 조수민(2학년 진학) 양.
김희진 양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피겨 스케이트를 탔으며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냈다.

한 학년 아래 조수민 양은 지난해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등 지금도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황윤아·조한이 양도 스피드 스케이트를 타는 등 5명 모두 스케이트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다.

김희진 양 등이 번역한 일반규정은 원문을 포함해 260쪽 분량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의 조직과 회원자격, 대회개최 규정 등이 담겨 있다.

5명이 분량을 나눠 작년 3월부터 여름방학까지 번역에 매달렸으며, 6개월간 서울빙상경기연맹 이정수 전무이사의 감수를 거친 끝에 최근 출간됐다.

피겨 연구회 리더인 김희진 양은 "저나 수민이는 피겨 선수를 하기도 했고 한이와 윤아, 서윤이도 스케이트에 관심이 많았다.

좋아하는 스포츠에 작은 도움이나마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번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양 등은 자비를 들여 번역본 50부를 출간했으며 번역 원고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제출했다.

빙상경기연맹의 승인이 날 경우 김 양 등이 번역한 `정관 및 일반규정'은 공식 번역본으로 사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