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모태범(21.한국체대)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모태범은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2차 시기 합계 69초82를 기록,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69초98)를 0.16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동메달은 가토 조지(일본.70초01)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모태범은 한국이 처음 참가했던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이후 무려 62년 만에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처음 목에 건 주인공이 됐다.

또한 일본 식민지였던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김정연 이후 무려 74년 만에 수확한 값진 금메달이다.

더구나 모태범은 자신의 생일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린 동시에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최고의 영광을 맛봤다.

말 그대로 기적과 같은 '깜짝' 금메달이었다.

1,000m와 1,500m가 주력 종목인 모태범은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500m 세계랭킹에서 14위에 머무르며 '메달 후보'에도 조차 들지 못했다.

그러나 밴쿠버 입성 직전 캘거리에서 치른 최종 전지훈련 때부터 페이스를 잔뜩 끌어올린 모태범은 실전에서 이강석과 이규혁에 맞춰진 포커스를 한순간에 되돌렸다.

모태범은 1차 시기에서 총 20조 가운데 13조에서 월드컵 랭킹 9위의 강호 얀 스미켄스(네덜란드)와 함께 경기를 펼쳤다.

출발신호와 함께 달려나간 모태범은 네덜란드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극복하면서 초반 100m를 9초63에 주파했고, 나머지 구간에서 역주를 펼쳐 34초9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모태범의 기록은 앞서 경주를 펼친 23명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순간 관중석에선 '낯선 선수'의 '깜짝' 기록에 큰 환호를 보냈다.

모태범은 18조에서 경기를 치른 핀란드의 미카 포탈라(34초86)에 선두를 내줬지만 여전히 메달 가능성을 품은 채 2차 시기를 준비했다.

정빙기 고장으로 경기가 1시간 30분 가량 지연되는 악조건 속에 2차 시기에 나선 모태범은 19조에서 개최국 캐나다의 간판이자 세계기록(34초03) 보유자인 제레미 워더스푼과 같은 조에서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

워더스푼을 연호하는 캐나다 홈팬들의 함성 속에 아웃 코스에서 스타트 자세를 잡은 모태범은 출발 총성과 함께 반사적으로 튀어나갔고, 초반 100m에서 9초61을 찍으면서 워더스푼(9초69)을 제쳤다.

마지막 100m를 남기고 워더스푼과 거리를 벌린 모태범은 34초90로 결승선을 통과, 1, 2차 시기 합계 69초82로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섰다.

동메달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1개조. 1차 시기 1위였던 미카와 가토가 맞붙었고, 이들이 나란히 1, 2차 시기 합계 70초04와 70초01에 머물면서 극적으로 모태범이 금메달의 주인공으로 확정됐다.

모태범은 "그동안 언론에서 무관심했던 게 오히려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라며 "사실 오늘이 내 생일이다.

내가 나한테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을 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강석(의정부시청)은 1, 2차 시기 합계 70초04를 기록, 3위를 차지한 가토에게 0.03초 차로 아쉽게 동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또 맏형 이규혁(서울시청)은 70초48로 15위, 문준(성남시청)은 71초19로 19위에 만족해야 했다.

(밴쿠버연합뉴스) 천병혁 이영호 기자 shoeless@yna.co.kr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