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년 만에 일본 격파..2승1패로 준우승

축구 태극전사들이 일본의 심장부에서 통쾌한 설날 축포를 세 방이나 쏘아 올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영원한 맞수'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 민족의 큰 명절을 보내는 국민에게 기분 좋은 승전보를 전했다.

한국은 14일 일본 도쿄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부 풀리그 최종 3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동국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이승렬의 극적인 역전골, 김재성의 쐐기골을 앞세워 `숙적'을 일본을 3-1로 대파했다.

2승1패(승점 6)가 된 한국은 홍콩을 2-0으로 완파한 중국(2승1무.승점 7)에 우승컵을 내주면서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시원한 승리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지난 2003년 5월31일 일본과 친선경기 1-0 승리 이후 7년 가까이 이어졌던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A매치 상대전적에서 39승20무1패 우위를 지켰다.
[동아시아축구] 한국 `도쿄 대첩' 설 축포

허정무호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4개월여 앞두고 본선 진출국인 일본에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충전하고 3월3일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10일 중국과 경기에서 0-3 참패를 당했던 한국은 설날에 속 시원한 한일전 승리로 국내 축구팬들의 비난 여론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렸다.

반면 일본은 1승1무1패(승점 4)로 3위에 그쳤고 홍콩은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특히 일본은 안방에서 중국전 무승부에 이어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당해 대표팀 사령탑인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거센 경질 논란을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에 참패를 당해 고개를 숙였던 태극전사들이 `울트라 재팬'을 울린 드라마 같은 한판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이승렬 투톱을 낙점하고 좌우 날개로 김보경과 김재성을 폈다.

중앙 미드필더 듀오는 김정우와 신형민이 호흡을 맞췄다.

포항 소속인 김재성과 신형민이 허정무 감독의 `히든카드'로 처음 선발 출격한 게 달라진 점이다.

4-4-2 전형의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박주호-조용형-강민수-오범석이 늘어섰다.

무릎을 다쳐 낙마한 이정수를 대신해 강민수에게 중앙수비수 중책을 맡았다.

골키퍼 장갑은 변함없이 베테랑 이운재가 꼈다.

태극전사들은 `일본에만은 질 수 없다'는 굳은 결의로 배수진을 쳤다.

미드필더진의 짧고 세밀한 패스를 앞세운 일본은 국립경기장을 메운 5만여 홈팬들의 응원 속에 한국을 첫 우승의 제물로 삼겠다는 듯 초반부터 강한 공세로 밀고 나왔다.

하지만 한국이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하고 나서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리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전술대로 중국과 경기 때 불안함을 노출했던 포백 수비진이 일본 공격수들의 예봉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문전으로 달려들던 이나모토 주니치를 수비하던 조용형이 위험지역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아찔한 순간을 맞았으나 다행히 협력 수비로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새롭게 가세한 신형민의 강한 압박으로 팽팽한 중원 기 싸움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고 강한 투지로 공격의 수위를 높여갔다.

이동국은 상대 진영에서 과감한 태클로 공을 빼앗는 적극성을 보였고 이승렬은 전반 10분 오른쪽 수비 뒷공간으로 돌아들어 가는 김보경에게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김보경의 왼발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에게 걸린 게 아쉬웠다.

한국은 중국과 경기와는 사뭇 다른 강한 투지로 일본과 대등한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의욕이 지나쳤던 탓일까.

한국은 전반 22분 수비 상황에서 페널티지역에서 공세적인 수비수 다나카 툴리오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던 강민수가 뒤쪽에서 왼족 팔로 목을 감는 듯한 행동으로 경고를 받으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키커로 나선 엔도 야스히토는 오른쪽으로 먼저 움직인 골키퍼 이운재를 속이고 가운데로 강하게 차 골망을 흔들었다.

공격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아쉬운 선제골이었다.

하지만 일격에 자극을 받은 태극전사들이 불굴의 의지로 일본을 상대로 거센 반격을 펼쳐 극적인 역전승을 엮어냈다.

한국은 10분 후 이승렬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김보경이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수비수 벽을 돌파하다 우치다 아쓰토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천금 같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이동국은 침착하게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골망을 꿰뚫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지난 7일 홍콩과 1차전 때 4년 동안 이어졌던 A매치 무득점 행진을 마감했던 이동국의 A매치 24호골.
기세가 오른 한국은 강한 공세로 일본을 밀어붙였고 새내기 공격수 이승렬이 통렬한 중거리포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이승렬은 전반 38분 아크 정면에서 일본 골키퍼 나라자키 세이고가 전진한 것을 보고 왼발로 강하게 감아찼다.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상대 수비수 나카자와 유지의 등을 스치면서 굴절되고 나서 골키퍼 키를 살짝 넘겨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승렬의 상황 판단과 대담함이 돋보였다.

특히 지난 1997년 9월28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민성의 통쾌한 중거리슛으로 일본을 침몰시켰던 `도쿄 대첩'을 연상시키는 기분 좋은 역전골이었다.

일본은 설상가상으로 전반 41분 프리킥 상황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엉켜 넘어졌던 툴리오가 수비수 강민수를 걷어차면서 퇴장을 당했다.

툴리오에게 선제골의 빌미가 된 파울을 했던 강민수가 어퍼커트 세리머니로 마음 고생을 털어냈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2분 뒤 오른쪽 프리킥 기회에서 김재성이 위협적인 슈팅을 때렸으나 위쪽 골망에 얹혔다.

한국은 후반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강민수의 절묘한 스루 패스를 받은 이동국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강한 왼발 슈팅을 했다.

그러나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왔다.

득점에 가까운 슈팅이었기에 이동국은 `골대 불운'에 가슴을 쳤다.

거세게 몰아붙이던 한국은 후반 6분 주장 김정우가 오카자키 신지에게 거친 태클를 하는 바람에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한국은 일본과 나란히 10명이 싸워야 하는 동등한 상황이 됐다.

허정무 감독은 이승렬을 빼고 구자철을 투입해 미드필더진을 보강하는 한편 후반 17분 체력이 떨어진 이동국 대신 이근호를 투입해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불안한 1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의 해결사는 김재성이었다.

김재성은 후반 25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김보경과 2대 1 패스를 주고 받고 나서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대포알 같은 슈팅은 오른쪽 골대 모서리에 꽂혔다.

골키퍼 나라자키가 몸을 날려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한국은 이후에도 공격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시종 리드한 끝에 기분 좋은 2점차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도쿄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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