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고양 행신동에 '장미란체육관'을 개관한 역도국가대표 장미란은 "밴쿠버올림픽이 한 달만 일찍 열렸어도 (훈련일정이 맞아) 캐나다로 응원 갔을 것"이라며 "특히 스키점프는 정말 가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단 장미란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 선수들에 대한 응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영된 영화 '국가대표'로 심금을 울렸던 스키점프 선수들이 영화속 감동을 잇겠다는 각오다.

국제스키연맹(FIS)은 지난달 19일 한국의 스키점프 출전권을 3장으로 정해 4명 이상이 출전할 수 있는 단체전 경기는 좌절됐다. 18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최홍철(29) 최용직(28) 김현기(27 · 이상 하이원)는 개인전 '이변'의 주인공에 도전한다.

1997년 무주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초등학생 시절인 1993년 처음 만난 이들은 유니버시아드대회와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한 전라북도의 지원으로 유소년 신기록을 세우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 스키점프의 저변이 얇은데다 지원이 이어지지 않아 기록 향상의 벽에 부딪쳤다. 더불어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로 훈련비용을 마련해 경기에 나서는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전문 왁스(wax) 트레이너,심리 트레이너까지 동행하며 최적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는 유럽 · 미국선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표팀을 결성한 김흥수 코치(30)만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악조건에서도 이들이 이룬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2007년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이탈리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중국)에선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쓴 데 이어 오스트리아 빌라츠,강원도 평창 등지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컵대회에서 최홍철 김현기 등이 번갈아 1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흥행 이후 대표팀에 후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리조트업체 하이원이 선수단을 꾸리고 안정된 운동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는 '그랜드카니발R' 등의 차량을 지원했고 과일음료업체인 스무디킹도 후원 대열에 합류했다. 개인전에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실력차가 나는 게 사실이지만 든든한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10위 안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이번 올림픽 개인전의 금메달 후보는 2009년 노르딕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울프강 로이체(오스트리아),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미국)에서 2관왕에 오른 시몬 암만(스위스) 등이다. K-95(노멀힐) 예선전은 13일(한국시간),결승전은 14일 열리고 K-125(라지힐) 예선은 20일,결선은 21일 개최된다.

김주완/김진수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