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수비수 오범석(26.울산)이 공수 양면에서 펄펄 날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으로 가는 입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오범석은 19일(한국시간)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서 열린 핀란드와 평가전에서 포백 수비라인의 오른쪽 풀백으로 풀타임을 뛰며 전반 39분 결승골을 뽑아 2-0 승리의 주역이 됐다.

오범석은 이날 거친 몸싸움을 통해 상대 크로스와 침투를 적절히 차단했다.

핀란드를 측면 공격이 강한 남아공월드컵 본선 상대 그리스로 가정한 모의고사 성격의 평가전이었기 때문에 오범석의 수비력은 월드컵 선전을 기대해볼 만했다는 평가다.

오범석은 경기 후 "선수들 모두 가상의 그리스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 긴장도 많이 됐다.

남아공 전훈 때보다 몸이 많이 올라왔고 수비 조직력도 점점 잘 맞아가고 있다.

초반 실점 위기를 잘 넘겨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범석은 이날 수비에서뿐만 아니라 공격진영에 기회를 만들어내는 전진패스를 날리거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상대 위험 지역을 자주 넘나드는 등 공격 지원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결국 적극적인 공격가담은 선제골이자 결승골로 이어졌다.

오범석은 전반 39분 공격수 노병준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볼을 놓치자 수비수를 1명 뒤에 달고서도 볼을 잡아채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지 못하면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넣으면 되기 때문에 공격진의 일시적 부진을 팀 전체의 득점력 빈곤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최근 언론에 항변한 지론을 스스로 실현한 것.
지난해 10월14일 서울에서 치른 세네갈과 평가전(2-0 승)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오범석으로서는 A매치 2호골이었다.

지난해 결혼한 오범석은 "경기 전 아내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오늘은 꼭 골을 넣을 것 같다'며 응원하더라. 아내 덕에 골을 넣은 것 같다"며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0일 잠비아와 평가전에는 오범석을 기용하지 않았다가 현지 프로팀 플래티넘과 친선경기에서 오범석을 시험대에 올렸다.

당시 오범석은 전반 3-5-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를 맡았고 후반에는 전형이 4-4-2로 바뀌자 자신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오른쪽 수비수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허 감독이 시도하는 핵심적인 전술 변화에서 그럭저럭 흔들리지 않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정무 감독은 매번 평가전에 `정제된 베스트 일레븐'만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이날 풀타임을 뛰면서 결승골까지 책임진 오범석에 대한 신뢰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범석은 러시아 프로축구 사마라FC에서 뛰다가 작년 7월 울산 현대에 돌아와 출전시간을 늘리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유럽 변방 축구를 경험한 `준해외파'로서 앞으로 포지션이 겹치는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와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범석 역시 "차두리 등 많은 선수들이 잘해 남은 시간 최대한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라며 결승포의 기쁨을 접어 두고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주전 다툼을 준비했다.

(말라가.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장재은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