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세계ㆍ아시아 `두마리 토끼' 사냥

`로즈란' 장미란(27.고양시청)은 31일 "경쟁자가 안 나오면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새해를 맞는 소감을 밝혔다.

장미란은 이날 경기 고양 장미란체육관에서 "물론 내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게 최고이고 순위는 그다음 일이지만 여유가 생기면 기록이 정체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자역도 최중량급(+75㎏)의 세계 판도와 자기 의지를 종합적으로 표현한 말.
새해에는 9월 세계선수권대회와 11월 아시안게임 등 거대 대회가 두 달 간격으로 열리기 때문에 장미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한 해다.

특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역도 세계 최강인 중국이 전 체급 석권을 안방에서 뽐내겠다는 복안이기 때문에 장미란을 위협하는 선수가 반드시 등장할 것이란 게 세계 역도계의 관측이다.

◇ 두마리 토끼 다 잡겠다 = 통상 역도 선수들은 목표로 잡은 대회를 향해 고행하다가 경기에서 최고중량을 들어 올린 뒤에 몇 달간 쉬는 게 정석.
내년에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이 거의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역도 선수로서는 하나에 초점을 둬야 하는 일정 부담이 있다.

코치진은 일단 아시안게임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장미란은 두 대회를 모두 석권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장미란은 "사람의 욕심이나 한계에는 끝이 없다"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세계선수권자이자 올림픽 챔피언이지만 유독 아시안게임에서만 정상을 밟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코치진도 이를 염두에 두고 `그랜드슬램'을 조준하고 있지만 세계선수권 연승행진이 끊어지는 것은 선수 본인의 자존심이나 국민적 기대를 봐서도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 다크호스 반드시 나타난다 = 여자 역도 최중량급의 세계 판도는 장미란의 국제무대에 출전할 때와 중국의 전국체전이 열릴 때 매번 업데이트된다.

지난 10월 20일 열린 중국 체전의 여자역도 최중량급 결과를 보면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한 장미란과 견줄 `헤라클레스'가 즐비하다.

현재 장미란의 기록은 인상 140㎏, 용상 187㎏, 합계 326㎏(이상 세계기록).
체전 우승자 치시휘는 인상 138㎏과 용상 186㎏, 합계 324㎏으로 장미란과 기록이 거의 비슷하고 준우승자 주룰루도 인상 148㎏(비공식 세계신), 용상 175㎏, 합계 323㎏로 마찬가지다.

장미란의 호적수로 통하는 무솽솽은 인상 140㎏(비공식 세계기록 타이), 용상 175㎏으로 오히려 3위에 처져 있다.

중국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오히려 체전 4위인 멍수핑(134+179)을 출전시켜 치시휘와 주룰루 등의 기량발전 수준을 철저히 숨기려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여자역도 전 체급 석권에 장미란이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에 `다크호스'에 대한 투자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미란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최중량급에서는 어디서 어떤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면서 "나도 욕심이 있으니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체중 불리기 떠나 적정체중 잡기로 = 지금까지 장미란은 체중을 늘려서 들어 올리는 중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훈련해왔다.

역도에서 다른 체급은 모두 체중감량에 노력하지만, 최중량급은 상한이 없어서 하루 세끼와 단백질 특식, 자기 전에 먹는 간식으로 체중을 불리는 데 공을 더 들인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무작정 체중 불리기보다는 최고기록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체중을 설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장미란은 "실제로 가본 적은 없지만 한때 체중을 120㎏까지 늘리려고 노력했다"며 "체중이 불면 힘이 좋아지지만 스스로 느낄 정도로 둔해지는 단점이 있다.

기록은 힘과 스피드가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험을 분석해볼 때 경기 전 훈련 때 118㎏을 유지하면서 경기 당일에 117㎏가 됐을 때 좋은 성과가 있었다며 지금으로서는 이런 패턴이 최상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 `단순무념(單純無念)'에 한계 없다 = 장미란은 한 달간 휴가를 마치고 1월 10일부터 태릉선수촌에서 동계훈련에 들어갈 생각이다.

최고 기록을 향한 모토는 `단순한 생각'이고 구체적 기록과 관련한 목표는 아직 없다.

장미란은 "기록은 훈련과정에서 설정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하지만 내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생각은 분명하고 한계극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일화는 용상 180㎏ 극복기.
"한때 기록이 180㎏에서 정체된 적이 있었어요.

정말 그때는 내 한계가 여기까지이구나 하고 낙담을 했었지요.

우울하고 머리가 막 복잡했어요.

그런데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단순하게 잘 되겠지 하는 것이에요.

계속 훈련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185㎏까지 들었어요.

다들 훈련하는데 혼자 벽 잡고 울었어요.

다들 훈련하는데 미친 것처럼…"


(고양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