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이어 두 번째 외국 생활이라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터키 프로배구에서 활약하는 문성민(23.할크방크)이 지난 22일 귀국해 부모가 있는 부산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기가 없는 연말을 맞아 잠시 쉬려고 돌아온 것이다.

28일 전화기로 들려오는 문성민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며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는 "부산에서 가족과 오래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고 한국 음식도 먹으면서 편하게 쉬고 있다"고 전했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 독일에서 뛸 때와 달리 터키에서는 시즌 초반부터 현지에 잘 적응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외국 생활이라 앞서 독일에서 터득한 것도 있고 해서 많이 나아졌다"며 "아직 팀 동료와는 호흡을 맞추는 중"이라고 말했다.

2008-2009시즌 독일 프로배구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뛰었던 문성민은 2009-2010시즌 터키 1부리그 할크방크 앙카라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0월11일 딜타스와 개막전에서 18점을 폭발해 가능성을 인정받는 등 할크방크의 11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총 164점을 올리면서 경기당 평균 14.9점을 기록했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에는 독일 배구의 빠른 토스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시즌 중반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문성민은 "독일에서는 세터의 토스가 너무 빨라 맞춰 때리기가 어려웠다"며 "터키는 그 정도로 빠르지 않은데다가 이젠 독일 배구에 익숙해져서인지 오히려 내가 세터에게 빠른 토스를 주문한다"며 웃었다.

문성민은 할크방크에서 캐나다 대표팀 세터 제레미 윌콕스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할크방크에는 문성민, 윌콕스와 함께 라이트 공격수인 미국 국가대표 에반 페이텍과 최근 입단한 레프트 공격수 마니우스(브라질) 등 4명의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다.

문성민은 자신과 포지션이 겹치는 마니우스와 경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나 터키 선수가 있지만 어차피 경쟁에서 이긴 선수가 뛰는 것이다"면서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경기뿐 아니라 생활 면에서도 문성민은 독일과 비교해 터키에서 불편을 덜 느끼고 있으며 터키 선수나 같은 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와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팀 동료인 터키 선수들과 영어로 대화하는데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선수들에게 터키말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로컵, 터키컵 등 각종 대회가 터키 리그 중간에 계속 열렸지만 경기가 없을 때는 시간을 내서 동료와도 어울렸다.

쇼핑도 가고 밥도 함께 먹으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는 "터키 선수들이 다 착하고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며 고마워했다.

문성민은 좀 더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도록 조만간 영어 과외교습도 받을 생각이다.

음식 문제도 "별로 한국 음식이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한국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터키에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교민들은 큰 도움이 됐다.

할크방크 경기가 있을 때마다 교환학생 등 10여 명가량의 교민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성민의 활약에도 최근 4연패를 당한 할크방크는 11개 팀 중 6위로 떨어지면서 시즌 중반 감독이 교체되는 홍역을 치렀다.

문성민은 "한국에서는 제가 몇 점을 얻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며 "그러나 배구는 6명이 하는 경기기 때문에 앞으로도 팀플레이를 우선시하며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10일간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 한 채 새해 첫날 터키로 출국할 계획이다.

할크방크와 1년 계약한 문성민은 "플레이오프 일정에 따라 내년 4,5월쯤 터키 배구가 끝난다"며 "그때까지 터키에서 열심히 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그 뒤에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으면 가서 뛰어 보고 싶다"며 지난 9월 기자회견 때 밝힌 이탈리아 진출 의사를 재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