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체력 훈련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영광스런 무대인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겠습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마지막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체력'을 마지막 화두로 삼아 '전통의 금맥'으로서 자존심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김기훈, 최광복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이호석, 조해리 등 10명의 남녀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은 28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체력을 위주로 힘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며 "후회없이 대회를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동계올림픽에서 늘 가장 많은 메달을 거둬들여 '효자 종목'역할을 톡톡히 해 왔던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11월 동계올림픽 예선으로 치러진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4차 대회에서 남녀를 통틀어 금메달을 3개밖에 따내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다.

대표팀 전체를 총괄하는 김기훈 코치는 지난 월드컵에서의 부진에 대해 "베이징과 서울에서 열렸던 1,2차 대회를 거친 뒤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린 3,4차 대회에 나서면서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었고 감기까지 겹치면서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게다가 3차 대회 직전 이호석이 부상으로 빠져 상황이라 더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분석하며 "남은 40여일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사이클 등 유산소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코치는 대회에서 경쟁을 펼쳐야 할 캐나다의 홈 텃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처럼 판정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석대로 월등한 실력을 앞세워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캐나다 선수와 조금이라도 충돌이 생기면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어 우리 선수가 실격당할 여지가 있다"며 "체력이 떨어지면 몸싸움을 잘 피하지 못하고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남자선수들은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복잡한 기술 쓸 여유가 없어 특히 체력이 강조된다"면서 "그밖에 전통적으로 해 왔던 스케이트날 밀어넣기나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는 기술 등을 더 세련되고 시원하게 하기 위해 남는 시간에 같이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력 훈련이 중요한 것은 여자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여자 대표팀을 담당하는 최광복 코치가 "지금 선수들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대표팀 맏언니 김민정도 "정말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

날짜를 보면서 매일 '빨리 지나갔으면'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길다"고 화답했다.

김민정은 그러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금메달을 따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늘 좋은 성적을 거둬 왔던 것이 현재 대표팀에게는 부담이기도 하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 4대회째 계속된 계주 금메달 행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크다.

게다가 중국과 캐나다, 미국 등에 뛰어난 라이벌들이 많아 객관적으로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최광복 코치는 "왕멍을 주축으로 하는 중국은 어느 선수라도 1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우리가 처지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과 캐나다에도 좋은 선수가 한두 명씩 있다"며 "냉정하게 말하면 500m는 메달이 쉽지 않다.

1,500m에서도 중국 선수가 3명 다 올라오면 팀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

1,000m에서도 출전권 3장을 모두 따내지 못해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계주가 가장 메달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 코치는 그러면서 "캐나다와 미국 선수들을 이용해 중국의 팀플레이에 맞서야 한다.

그런 방어적인 훈련을 많이 해서 실수하지 않는 게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호석은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와 캐나다 샤를 아믈랭, 또 다른 한국 선수들 등 경쟁자들을 누르고 개인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게 첫 목표"라며 "거기서 시작하겠다.

하나를 따고 난 다음부터 그다음 목표가 더 생길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조해리 역시 "선발전에서 1등 한 것은 좋았는데 그 후로 생각이 많아지고 부담이 커졌다.

시합을 앞두고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올림픽은 간절히 원했던 무대다.

나가는 것만으로도 소원이었는데, 이뤄졌으니 이젠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대표팀 막내 곽윤기 역시 "피겨스케이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쇼트트랙 인기가 떨어진 면이 있는데, 역시 동계 스포츠의 꽃은 쇼트트랙이란 것을 보여주겠다"며 웃음 섞인 각오를 전했다.

대표팀은 태릉에서 막바지 훈련을 계속한 뒤 2월3일 현지 적응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