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중량 선수들의 골밑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하승진(24.221㎝)과 나이젤 딕슨(29.205㎝)의 한판 승부는 생각보다 시시했다.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산 KT와 전주 KCC의 경기. 경기 전부터 150㎏의 하승진과 154㎏라는 딕슨의 충돌에 팬들의 기대감도 커 보였으나 둘은 경기 내내 거의 부딪힐 일이 없었다.

전창진 KT 감독이 하승진이 벤치로 나가면 딕슨을 투입하고 또 들어오면 빼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2쿼터 후반이 돼서야 둘이 동시에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딱히 볼만한 광경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 끝나기 1분10초 전에 딕슨이 하승진을 앞에 놓고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뒤 훅슛으로 두 점을 올린 장면이 그나마 '대결'이라는 표현을 쓸 만 했다.

또 전반 종료 30.7초를 남기고 골밑 슛을 하던 딕슨이 하승진의 반칙에 밀려 휘청대다 KCC 허재 감독을 붙잡고 겨우 중심을 잡는 장면이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긴 했다.

KCC가 1점을 앞선 경기 종료 15초를 남기고 모처럼 둘이 다시 동시에 코트에 나서면서 '제일 중요한 순간 맞대결이 벌어지겠구나'하고 잔뜩 기대감을 가지는 순간 KCC는 이동준이 외곽에서 3점슛을 던지는 바람에 그마저도 사라졌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어차피 하승진이 20분에서 22분 정도 뛰기 때문에 엇갈려 내보내며 딕슨의 장점을 살려보자는 생각을 했다.

오늘 하승진이 30분 넘게 뛰었지만 KCC의 장신 선수들에는 제스퍼 존슨 등 작은 선수로 내보내 외곽 공격을 노렸다"고 말했다.

딕슨을 영입한 뒤 울산 모비스, KCC 등 강팀들을 연파한 전창진 감독은 "사실 아직 딕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적응이 되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늘도 하승진하고 잠깐씩 붙여보니 나름대로 잘 해결을 했다.

다음 경기 때는 딕슨의 장점을 더 살리도록 하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