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불륜' 인정..골프 '무기한 중단' 선언

골프 황제가 고개를 숙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보름도 되지 않았다.

타이거 우즈(33)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그는 이날 오전 2시25분께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드 인근 아일워스의 자택 앞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가다 소화전과 가로수를 들이받고 입술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이때만 해도 단순한 교통사고로 알려졌지만 미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이 달려들면서 사태는 엉뚱한 쪽으로 흘러갔다.

연예 전문 주간지와 인터넷 매체들은 '우즈가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간 이유'에 의심을 품었다.

또 사고 당시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29)이 골프채로 차 뒤쪽 유리창을 부숴 우즈를 구출했다는 경찰 발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보고 뒤를 캐기 시작했다.

사고 후 우즈의 침묵은 이런 의심을 부채질했다.

교통사고 직전인 지난달 25일 타블로이드 신문인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우즈와 뉴욕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레이첼 우치텔의 불륜설을 보도한 와중이었기에 의심은 더욱 커졌다.

우치텔은 이를 부인했고, 우즈는 교통사고 경위 진술을 기약 없이 미룬 채 침묵을 이어갔다.

결정타를 날린 것은 미국 주간지 유에스 위클리(US Weekly)였다.

칵테일 웨이트리스 출신의 제이미 그럽스(24)라는 여성이 이 매체를 통해 "31개월간 우즈와 사귀면서 20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한 것.
우치텔과 달리 성관계를 스스로 주장하고 나선 여성이 등장하자 우즈는 사고발생 5일만인 2일 자신의 웹사이트(www.tigerwoods.com)에 "나는 잘못이 없는 사람이 아니며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이때만 해도 외도를 인정했다기보다는 에둘러 외도 가능성을 시사한 정도였다.

우즈가 고개를 약간 숙이는 몸짓을 하고 경찰도 교통사고를 벌금 부과로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때나마 "우즈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의 깨끗한 이미지가 깨진 데 실망한 여론은 이 정도로 잠잠해지지 않았다.

미국 언론매체들도 제3, 제4의 불륜 상대 이름을 거론하며 골프황제를 궁지로 몰았고, 우즈를 조롱하는 동영상까지 만들어져 전 세계 인터넷을 달궜다.

몰릴 대로 몰린 우즈는 11일 개인 웹사이트에서 불륜(infidelity)을 인정하며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골프를 무기한 쉬겠다"는 글을 올렸다.

교통사고 발생 14일만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