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추첨 결과가 나오면서 '죽음의 조'가 새삼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0년 월드컵 8개조 가운데 어떤 조가 가장 힘들 것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이다. 11일 현재 전체 투표자 중 가장 많은 53.02%가 북한이 포함된 G조를 죽음의 조로 꼽았다. G조에는 브라질 포르투갈 등 우승 후보를 비롯해 드록바(첼시)가 뛰고 있는 '아프리카 최강' 코트디부아르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언어권마다 조금씩 답변이 다르다는 것이다.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권역의 투표자들은 A조(남아공 프랑스 멕시코 우루과이)를 죽음의 조로 뽑았다. FIFA 랭킹 15위 멕시코와 19위 우루과이가 본선행을 다퉈야 하고 두 나라 모두 에스파냐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프랑스어권의 결과에서는 역시 G조를 예선통과하기 어려운 조로 꼽았지만 프랑스가 포함된 A조는 4.1%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전체 투표에서는 19.28%로 두 번째로 많이 죽음의 조로 지목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만큼 프랑스에서는 자국의 2라운드 진출을 손쉽게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B조는 전체 투표 결과 3.79%로 F조(2.83%) 다음으로 어렵지 않은 조로 꼽혔다.

우승후보라도 죽음의 조에 갇히면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대진 운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 월드컵 본선 무대다. 역대 최악의 '죽음의 조'로는 2002년 월드컵의 F조가 꼽힌다.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시드배정국이 되는 바람에 전통적으로 톱시드를 받았던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가 한 조에 속했고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당시 아프리카 최강자였던 나이지리아도 같은 조에서 16강행을 다퉜다. 조별리그 결과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와 스웨덴에 밀려 탈락했다.

1994년 월드컵의 E조(멕시코 아일랜드 이탈리아 노르웨이)도 실력이 엇비슷한 팀들이 몰려 죽음의 조로 손색이 없었다. 실제로 네 팀 모두 1승1무1패를 기록했었다. 게다가 골득실 기록도 같아 다득점에 의해 멕시코와 아일랜드가 16강에 직행했고 이탈리아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턱걸이했다.

한국도 지금까지 최악의 조에는 속한 적이 없지만 1986년에는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1994년에는 독일 스페인 등 우승후보 틈에서 고전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