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프로야?" 수군대면 2~3타는 더 까먹어요
매너 스포츠로 꼽히는 골프대회장에서 낯을 붉히는 일이 가끔 목격된다. 일부 갤러리는 요란한 휴대폰 컬러링을 자랑(?)하거나 선수들의 샷이나 퍼트에 방해가 될 정도로 소리를 내며 이동한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응원과 관람을 구분할 줄 아는 갤러리를 가슴 속에 담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유선영(23)에게는 2005년 미국 퓨처스(2부)투어 마지막 대회 때 자원봉사로 캐디를 맡은 중년의 아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다. 수학 교사인 이 팬은 매년 맥도날드LPGA챔피언십과 코닝클래식 때면 차로 두 시간 정도 운전해서 응원을 온다. 경기 전 선수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라운드 내내 '그림자' 갤러리가 된다. 어머니 장현숙씨(52)는 "선영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말도 없이 조용히 골프장을 떠나고 경기를 잘하면 열심히 박수를 친다"고 전했다.
올해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지은희(23 · 휠라골프)는 US여자오픈 때 찾아준 교민 단체팬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마지막 날까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우승 후 파티도 열어 주겠다고 했지만 비행기 일정 때문에 파티에 못 간 게 지금도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또 지난 10월 일본여자오픈 때 4일 내내 따라 다닌 일본팬도 떠올렸다. "대회 때면 말 없이 조용히 응원하는 팬들이 있어 힘이 나요. "
신지애(21 · 미래에셋)가 가장 고마워하는 팬은 어떤 사람일까. 신지애는 "특정 팬을 언급하면 팬카페 회원들이 서운해한다"면서도 "날씨가 안 좋을 때 찾아와 같이 고생하고 격려해 주는 팬이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궂은 날이면 집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해도 되는데 굳이 찾아오는 갤러리를 보면 힘이 난다는 것.
올 시즌 K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이승호(23 · 토마토저축은행)는 3년 전 삼성베네스트오픈 이후 50대 남자팬이 생겼다. 최근 명함을 받으면서 알게 된 그 팬의 신분은 국내 금융기관 고위 임원.그는 이승호의 이름을 내건 저축상품에 가족 명의로 가입할 정도의 관심을 표시했다고 한다.
반면 선수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갤러리도 있다.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는 갤러리다. 그중에서도 "저게 프로야? 완전 아마추어처럼 치네" "내가 쳐도 저보다 낫겠다" 등 비아냥거리는 갤러리가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한 프로는 "갤러리가 작게 수군거려도 대부분 들린다"며 "갤러리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다음 샷은 물론 그날 전체 스코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금만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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