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부름 받고 지역 동호회 한 수 지도

'테니스 월드스타' 이형택이 한국 테니스 발전에 정열을 쏟는 스승을 위해 9일 폐광촌인 강원 태백시에서 '보은(報恩)'의 라켓을 잡았다.

이형택은 태백지역 동호회인 태정클럽 초청으로 이날 태백을 찾아 태백시청 테니스장에서 팬 사인회와 지도를 했다.

강원 횡성 출신의 이형택은 2000년 US오픈 16강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후 2003년 호주 시드니 투어 우승, 2007년 US오픈 16강 등 10년간 한국 테니스를 대표한 간판이었다.

지난달 초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공식 은퇴식을 치르고 정든 코트를 떠났던 이형택의 태백 방문은 영원한 스승인 강원 횡성군 우천초등학교 이종훈 교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1984년 우천초등학교 테니스부를 창단해 이형택을 키워낸 이 교장은 15년 지기인 태정클럽 허준석 회원의 '한 수 지도' 부탁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 교장과 허 회원은 1990년대 중반 태국에서 열린 테니스 국제 심판 연수에서 만나 현재까지 테니스를 매개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사비를 털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꿈나무 운동선수를 후원해 온 이 교장은 최근 '월드 꿈나무 패트런(Patron)'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남모르게 뒤에서 도움을 주는 후원자를 뜻하는 월드 꿈나무 패트런은 지난달 21일 횡성체육관에서 창립식을 갖고 초대 회장에 이 교장을 추대했다.

스승의 이같은 테니스에 대한 사랑과 정열에 보답하기 위해 이형택은 먼 길을 마다않고 태백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태백 방문이 처음이라는 이형택은 "현재 춘천에서 아카데미를 하고 있지만, 한국 테니스 발전을 위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태정클럽은 20여 회원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월드 꿈나무 패트런에 전달하고 '자질이 있으면서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꿈을 포기해야 하는 어린 운동선수를 지원해 우리나라를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이 교장의 뜻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