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이 올 시즌 확 달라졌다. 지난해 5개팀 중 4위였던 현대건설은 9일 현재 'NH농협 2009~2010 V리그'에서 5승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세트를 먼저 이겨 놓고도 내리 3세트를 내주며 맥없이 무너졌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현대건설이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구단의 전폭적인 후원 △코칭스태프와 용병의 활약 △한층 담금질된 선수들의 정신력 등 3박자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3월 취임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구단주 · 사진)의 전폭적인 지원이 사기 진작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경기도 용인 마북리체육관과 숙소 리모델링을 통해 선수들의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확장하고 샤워장을 새로 마련했을 뿐 아니라 방 수를 늘려 모든 선수가 개인 방을 갖도록 했다. 김 사장은 부모 같은 세심한 배려와 관심으로 선수들을 보살피도록 임원 현장소장 등 15명으로 이뤄진 선수 멘토(후견인)단도 구성했다. 이들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빼놓지 않고 스탠드를 채우고 후견 선수를 응원할 정도로 열성이다.

김 사장은 또 지난달 19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홈경기 개막전에 그룹 소녀시대를 초청하는 등 선수들 '기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김 사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말 홈경기가 있으면 꼬박꼬박 경기장을 찾으며 배구단 관련 기사도 놓치지 않고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석 홍보실 부장은 "사장님은 경기가 끝난 뒤 승패에 관계없이 선수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격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코트의 승부사'로 불리는 황현주 전 흥국생명 감독(43)을 스카우트했다.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황 감독은 선수의 '부족한 2%'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맞춤 조련'으로 유명하다. 또 고비 때마다 활기 넘치는 몸짓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분위기 메이커까지 도맡는다.

현대건설은 공수에 걸쳐 가장 짜임새 있는 팀이라는 평가다. 지난 두 시즌을 거치면서 바닥까지 내려앉았던 선수들은 성장통을 거친 뒤 한층 성숙해졌다. 중앙을 책임지고 있는 양효진(20)은 간판 센터로,안방 살림꾼 한수지(20)는 기둥 세터로 성장했다. 리베로인 신예지(20)와 레프트 윤혜숙(26)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콜롬비아 용병 케니 모레노(30)도 맹활약 중이다.

이탈리아 2부리그 득점왕 출신인 케니는 타점 높은 고공플레이를 통해 현대건설의 주포로 자리매김해 지난달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실제 현대건설은 예전의 뒷심이 부족한 팀이 아니라 탄탄한 기량과 끈질긴 정신력이 돋보이는 배구단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1일 벌어진 KT&G전에서는 세 번째 세트에서 더블 스코어로 지고 있다가 공격력이 되살아나며 단숨에 역전,3-0 승리를 이끌었다.

케이블채널인 KBS N 박미희 해설위원은 "구단의 지원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데다 감독도 팀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적극 기용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신예지 등 수비라인의 안정감이 높아진 게 화력으로 이어져 강팀으로 성장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