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홈견제와 판정 시비 등 경기장 밖에서 겪은 시련을 딛고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으로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대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시즌 최고점에서 경쟁자들에게 20점 이상 앞서 우승이 확실시되던 상황이었지만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홈 텃세와 판정 시비가 김연아를 괴롭혔다.

도쿄에 도착한 직후부터 일본 언론은 왼쪽 스케이트 부츠를 교체한 것과 플립 점프 컨디션 등을 두고 끊임없이 질문을 건네며 프리스케이팅에서 여러 차례 점프 실수를 범했던 지난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의 나쁜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처럼 경기 외적으로 신경써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김연아는 '필살기'나 다름없는 첫 번째 과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0점)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가산점 1.6점까지 끌어냈음에도 테크니컬 패널이 회전 수가 부족했다며 다운그레이드시키는 바람에 기본점을 7.3점밖에 챙기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을 맞았다.

결국 이렇게 악재가 겹치면서 김연아는 안도 미키(일본)에게 0.56점 차이로 밀려 2008년 3월 세계선수권 이후 1년9개월여만에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충격을 맛봤다.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점프 실패 원인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본 일본 언론의 공세적인 태도도 민감한 어린 선수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 충분했다.

5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는 계속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김연아와 1위 자리를 두고 다툰 안도 미키(일본)는 세 차례나 점프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5.84점의 가산점을 얻어냈다.

김연아가 벌어들인 4.72점보다 1.12점 많은 수치다.

특히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김연아가 1.28점을 감점당한 반면 안도는 연결점프를 더블 토루프 밖에 뛰지 못하고도 0.8점의 가산점을 받아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텃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도보다 더 난이도 높은 연기를 안정적으로 펼치면서 시련을 정면 돌파한 김연아는 2007-2008시즌 이후 2년 만에 왕좌를 되찾아 오는 데 성공하며 '피겨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탄탄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코앞에 닥쳐온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 가는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온갖 악재를 이겨내는 법을 스스로 터득함으로써 금메달 못지않게 값진 소득을 챙겼다는 평가다.

(도쿄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