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의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와 질긴 악연에 또다시 석연찮은 감점을 당했다.

4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나선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0점)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도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는 바람에 안도 미키(일본.66.20점)에 불과 0.56점 뒤진 2위에 머물렀다.

9명의 심판 중 8명으로부터 가산점을 얻어내는 훌륭한 점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니컬 패널(스페셜리스트.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컨트롤러)은 정반대로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를 다운그레이드시킨 '이상한 판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점프 다운그레이드를 최종 판단한 스페셜리스트는 김연아와 악연이 깊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의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는 마리암 로리올-오버윌러(스위스).
바로 김연아에게 석연찮은 '롱 에지(wrong edge)' 판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난해 11월 2008-2009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를 맡았던 장본인이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깨끗하게 처리했지만 플립 점프에서 잘못된 에지를 사용했다는 판정에 따라 0.80점 감점을 당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은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같은 점프에 에지를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의 '주의 마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즌과 달리 당시엔 심판들이 테크니컬 패널의 판정을 미리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심판들이 잘못된 에지 판정에 따라 감점을 주면서 점수가 깎이긴 했지만 당시에도 오히려 가점을 주는 심판까지 있었던 만큼 마찬가지로 논란의 여지가 있던 판단이었다.

결국 이 롱에지 논란이 발단이 돼 김연아는 올 시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로 바꿔 다시 그랑프리 시리즈를 연속으로 석권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그때 그 패널'을 다시 만나면서 이번엔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에 대해 석연찮은 문제제기를 당한 것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공교로운 우연은 이 패널과 김연아의 만남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김연아의 에지 사용과 관련해 찜찜한 논란이 계속됐던 지난 2월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 심판이 레프리를 맡은 바 있다.

이날 여자 싱글 경기에 앞서 벌어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다카하시 다이스케(일본)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다카하시가 좋은 경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못지않게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에반 라이사첵(미국)에게는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주는 등 개최국 일본의 홈 어드밴티지가 너무 많이 주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쿄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