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 서희경(23 · 하이트)의 침착한 플레이가 일본LPGA투어 상금왕 요코미네 사쿠라(24)를 제압했다. 한국은 '제10회 교라쿠컵 한 · 일 여자프로골프대항전' 첫날 일본에 압승을 거뒀다.

서희경은 4일 일본 오키나와의 류큐GC(파73)에서 일 대 일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으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5개를 쓸어담아 5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경쟁 상대인 요코미네는 이날 3언더파(버디5,보기2)를 기록했으나 서희경의 선전 앞에 무릎을 꿇고 이 대회 7전 전승의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참가 선수 12명 중 임은아(26 · GOLF5)와 이보미(21 · 하이마트)를 제외한 10명이 일본 선수를 제압하고 승점 20점(승리때 2점)을 챙겼다. 한국은 5일 최종라운드에서 12명 가운데 3명만 이겨도 올해 대회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다.

한 · 일 상금왕의 맞대결답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서희경은 1번홀(파5)부터 위기를 맞았다. 그린 앞 25m 지점에서 시도한 세 번째샷이 그린 너머 벙커에 빠진 것.서희경은 그러나 벙커샷을 홀옆 1.3m에 떨군 뒤 파로 마무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요코미네는 첫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앞서갔다. 서희경은 3번홀(파5) 버디로 동타를 만든 여세를 몰아 후반에만 4타를 줄여 마지막 4홀에서 3타를 줄인 요쿠미네의 추격을 2타차로 따돌렸다.

요코미네는 한 · 일전 연승 행진을 마감했지만 독특한 스윙이 눈길을 끌었다. 155㎝가량의 단신인 데도 드라이버샷은 서희경보다 10야드 이상 더 나갔다. 스탠스를 어깨 너비보다 넓게 벌리고 무릎도 많이 굽힌 가운데 김미현처럼 오버스윙을 하며 파워를 분출했다. 서희경은 "작은 선수가 거리가 더 나가 챙피했지만 나중에는 그에 연연하지 않고 나만의 플레이를 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만들려고 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대회 첫날 한국의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첫 주자인 유소연(19 · 하이마트)은 1언더파 72타를 쳐 통산 46승을 기록 중인 후도 유리(33)에 2타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올 시즌 국내에서 2승을 거둔 이정은(21 · 김영주골프)도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그 홀에서 보기를 한 '노장' 후쿠시마 아키코(36)를 1타차로 제쳤다.

일본여자오픈 우승자인 송보배(23)는 3번홀에서 이글을 낚는 등 양팀 선수 중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기록한 끝에 JLPGA투어 상금랭킹 8위 고가 미호(27)를 6타차로 따돌렸다. US여자오픈 챔피언 지은희(23 · 휠라코리아)도 오키나와 출신의 미야자토 아이(24)를 2타차로 제쳤고,최나연(22 · SK텔레콤)은 바바 유카리(27)에 4타차 압승을 거뒀다. 신지애(21 · 미래에셋)는 '무명' 우에하라 아야코(26)를 상대로 초반엔 고전했으나 마지막 두 홀에서 버디를 잡아 1타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오키나와(일본)=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