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인 안정을 화두로 내세우며 도쿄에 입성한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그에 걸맞은 '정중동 행보'로 그랑프리 파이널 왕좌 탈환에 나선다.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하는 김연아는 4일과 5일 저녁 시니어 여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각각 치른다.

지난 11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그랑프리 5차 대회 때 점수에 대한 부담과 컨디션 난조가 겹쳐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김연아는 그 경험을 약으로 삼아 차분하게 안정을 기하되 호들갑스럽지 않게 작은 변화들을 분명히 체크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상대들이 시즌 최고점에서 20점 이상 뒤처져 있는 등 현격한 실력차를 보이고 있는데다 올 시즌 두 번의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한 차례씩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던 만큼 김연아는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프로그램에 자신감을 갖고 작은 부분들만 조율해 가며 최고수다운 '정중동'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점수에 대한 부담을 털고 내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이번 대회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김연아는 프로그램에서도 트리플 플립 점프 전의 스케이팅 궤도를 수정한 것 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스케이팅 궤도 역시 지난 시즌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하기 전에 지나던 익숙한 경로로 돌아간 것으로, 그만큼 프로그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선에서 꼭 필요한 변화만을 꾀한 것이다.

2일과 3일 연습에서도 김연아는 기본점이 가장 높은 '필살기'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연결점프보다는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 더블 악셀 등 연기의 기본 요소가 되는 점프들을 주로 체크했다.

특히 3일 연습에서는 프리스케이팅 리허설 때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러츠에서 실수를 하자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뛰어오르는 특유의 꼼꼼한 모습을 보이며 프로그램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가운데 과감한 변화가 필요할 때에는 결단을 내리되 중심을 잃지 않는 '동중정'의 태도도도 눈에 띈다.

김연아는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스케이트 부츠를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그 변화를 일단 왼쪽 스케이트에 한정시켰다.

스케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인 만큼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되,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말대로 "긴 시즌 동안 리듬을 맞춰 가는 과정의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안배다.

이렇게 압도적인 최강자가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경쟁자들도 덩달아 숨죽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김연아에 가장 근접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안도 미키(일본)는 2일 연습을 마친 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선수를 신경쓰기보다는 내 프로그램을 잘하는 데 신경쓰려 한다"면서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도쿄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