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가 2일 총회 투표에서 노동조합 결성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내면서 프로야구가 9년 만에 '노사 분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선수협회가 지난 4월 노조 설립을 선언한 뒤 우여곡절을 겪고 8개월 만에 이날 전격적으로 안건을 가결하자 8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선수협회 출범 당시 각 구단과 선수들이 정면 충돌했던 양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당장 KBO는 즉각적으로 "선수를 이용해 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일부 불순한 세력이 추진하는 선수 노조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선수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소득업자다.

행정관청에 조만간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 신고를 할 것으로 보이나 노동부가 이를 받아줄지도 의문이다.

결과가 어떻든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이어 "노동부가 선수협회의 노조 설립을 받아들인다면 선수협회는 당장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하거나 단체교섭을 요청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용자'인 각 구단은 선수 노조가 '노조의 자격이 없다'고 행정 소송을 할 수도 있다"며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은 또 선수협회가 "선수 권익을 위한 KBO의 대화 의지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노조를 설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과 관련, "작년에 11개 안건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올해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한번 얘기가 안되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옳은지 모르겠다"며 선수협회의 대화노력도 부족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서울 구단의 한 단장은 "선수들의 선택이 안타깝다"며 우회적으로 총회의 결정을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각 구단은 모그룹으로부터 해마다 150억원에서 200억원씩 지원받아 야구단을 운영해왔다.

100원을 쓰고 30원을 버는 격인데 노조 설립으로 인건비는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다.

'우는 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그룹 오너의 결정에 따라 야구단 운영을 접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극단적인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또 다른 단장은 "선수들은 분명한 개인소득사업자다.

일반 근로소득자가 20% 이상 세금을 원천 징수당한 것과 달리 이들은 3%밖에 세금을 내지 않지 않는가.

선수들이 굳이 소득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지방 구단의 관계자는 "애초 투표가 부결될 줄 알았는데 찬성으로 가결돼 상당히 곤혹스럽다"면서 "선수들을 통해 투표 과정이 정당하게 진행됐는지, 선수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봐야겠다"며 진상 파악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각 구단과 KBO는 선수협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