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삼성라이온즈 감독은 소문난 '골프 장타자'다. 그 외에도 양상문(롯데 코치) 김재박(전 LG 감독) 김봉연(전 해태 코치) 등 프로야구 출신 '골프 고수'들이 수두룩하다. 야구와 골프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야구와 골프 스윙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스윙에서 힘의 근원은 허리 회전과 다리 근력이다. 야구에서 허리에 강한 회전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지면을 밟고 있는 두 발의 힘이 안정적으로 지지돼야 한다. 골프도 두 발을 딛고 백스윙(오른손잡이)할 때 오른발이 흔들림 없이 받쳐 줘야 한다.

특히 다운스윙 때 왼발은 순간 지지대 역할을 하며 허리 토크(힘)에 의한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 스윙에서는 또 엉덩이 대퇴부,등근육,복근 등 큰 근육을 많이 쓴다. 복근과 양 다리의 대퇴근력 같은 각근력이 삼각형 모양의 파워존(힘의 중심부)을 형성하는 것도 동일하다. 회전 궤도는 일관성을 유지한다. 두 발이 지면에 닿는 가운데 꼬인 허리가 풀리는 순간적인 타이밍과 왼발의 지지력이 파워를 낸다는 얘기다. 이순호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역학 전공)은 "골프나 야구 스윙뿐 아니라 투수의 피칭,투창 및 원반던지기도 모양이 다를 뿐이지 똑같은 동력 전달의 원리가 적용된다"며 "야구 선수들이 일반인보다 골프를 빨리 배우는 것도 스윙의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야구와 골프 스윙은 형태상 차이가 난다. 타자는 수평(좌우)으로 배트를 휘두른다. 반면 골프선수는 수평과 수직(상하)을 혼합한 궤도로 스윙한다. 골프는 처음에는 수평으로 가다가 백스윙 중간단계에서 수직으로 바뀌며 톱에서는 다시 수평이 된다. 수평-수직-수평을 반복하면서 비스듬한 궤도의 스윙 플레인이 형성되는 것.당연히 수평과 수직 스윙에서 발달하는 근육은 조금씩 다르다.

야구가 골프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는 손을 좌우로 흔드는 것처럼 평소 사용하는 근육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몸을 꼬았다가 높은 곳에서 두 손을 아래로 움직이는 골프 동작은 평소 잘 하지 않는 움직임이다. 특히 달리기를 많이 하는 투수들은 하체가 안정되다 보니 샷을 할 때 타자보다 흔들림이 적다.

일반적으로 야구선수들은 볼을 다루는 감각적인 능력이 있고,타이밍과 리듬 감각이 뛰어나며,기초 체력이 일반인들에 비해 앞선다. 하지만 그들이 골프 선수가 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이 책임연구원은 "야구 선수가 골프 선수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상대적으로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만 몸에 밴 습관이 여러 가지 미스샷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타자가 수평으로 쓰던 근육을 위에서 아래로 변환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골프는 몸통을 중심으로 상체 이동이 적지만 야구는 신체 중심을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왼발을 들었다 놓은 뒤 왼쪽으로 옮긴다.

LG트윈스 야구선수 출신인 조현 KPGA 레슨프로(35)는 야구를 그만두고 골프를 배우면서 몇 가지 문제와 직면했단다. 왼발 뒤꿈치를 드는 야구 스윙 버릇과 손목을 많이 쓰는 게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그는 "야구 선수는 감각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항이 많아 손목 등 작은 근육을 많이 쓴다"며 "지금은 가슴과 두 팔을 역삼각형 형태로 유지하는 스윙을 구사하면서 야구 선수 때보다 몸통이 더 유연해졌다"고 말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