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앞으로 10년만 더 치려고요"
'골프 지존'이라는 별명답게 골프만 알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09시즌에서 역대 최연소 상금왕에 오른 신지애(21.미래에셋) 이야기다.

신인왕, 상금왕에 공동 다승왕까지 올랐지만 눈앞에 뒀던 올해의 선수를 1점 차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내줘 아쉬움이 컸던 투어 챔피언십이 끝나고 만나본 신지애는 어느새 "2010년에는 올해의 선수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의욕을 다지고 있었다.

"골프는 앞으로 10년만 치겠다"며 "골프밖에 모르고 살기는 싫다.

갤러리를 운영하고 싶고 조만간 동생과 함께 카페도 하나 열기로 했다"고 앞으로 사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시즌이 끝났는데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친구들 만나서 노는 게 가장 하고 싶다.

25일 한국에 돌아가지만 한일전이 있어서 연습을 또 해야 할 것 같다.

한일전에서는 특히 재미를 못 본 편이라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

아, 그러고 보니 2007년 한일전 끝나고도 운 것 같다.

--그럼 골프 시작하고 운 것이 이번이 세 번째 아닌가.

▲세 번째 맞기는 한데…. 지금까지 (다른 인터뷰에서) 다 두 번이라고 말해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마지막 라운드 경기 이야기 좀 해보자. 아버지(신제섭 씨)는 경기가 끝난 뒤 '왜 17번 홀에서 핀을 직접 노렸느냐'고 아쉬워하던데.
▲나도 선수인데 그랬겠느냐. 오른쪽을 보고 친 건데 바람의 영향을 받았다.

그땐 내가 모험을 걸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17번 홀에서 오초아가 벙커에서 헤맬 때 즐겁게 웃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안 그래도 그 얘기들을 많이 하시더라.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웃는 모습이 우연히 그 시간에 잡혔을 뿐이다.

앞에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에 '아직 앞 조가 그린에 있고 우린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우리를 잡나'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오초아한테 오해를 사게 생겼다.

--끝나고 오초아가 와서 포옹하던데 뭐라고 말은 안 했나.

▲'땡큐'라고 하더라.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을 텐데 계속 리더보드를 봤단 말인가.

▲(아버지가 대신 대답) 다른 선수들은 가슴이 떨리고 그래서 일부러 리더보드를 안 본다고도 하는데 (신)지애는 정반대다.

승부사적 기질이 커서 그런지 오히려 리더보드를 봐야 '아,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더 의욕을 갖는 편이다.

--2010년 목표는 당연히 '올해의 선수'인가.

▲아무래도 그렇다.

시즌이 끝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제 어느 정도 미국 투어에 적응된 것 같다.

그리고 미국 투어에 더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2010년에는 일본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면 나라별로 기자들의 인터뷰 스타일도 다양할 것 같다.

▲일본이 좀 색다르다.

어제 뭐 먹었는지부터 내가 연습할 때 모자가 달린 후드 티셔츠를 자주 입는데 그 이유는 뭐냐는 둥, 그 지역 특산물이 있으면 그건 먹어봤느냐까지 정말 세세한 것까지 묻는 편이다.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가장 황당한 질문도 역시 일본에서 받았던 것인데 차마 내가 다시 말하기도 뭐할 정도다.

--일본 투어에 뛰느라 미국 대회에 몇 차례 빠져서 올해의 선수를 놓친 건 아닌가.

▲미국 대회를 포기하고 일본 대회를 간 적은 없다.

일본은 내가 좋아서 가는 투어다.

올해의 선수를 놓친 것은 역시 체력 탓이 크다.

지난주 멕시코 대회와 이번 대회는 정말 힘들었다.

최근 6주 연속 대회를 치렀는데 계속 나라를 바꿔가며 경기를 했다.

--원래는 체력이 강하다고 들었는데 챙겨 먹는 음식이 있나.

▲체력이 강했지만 최근 4년간 체력 보강을 한 것이 없고 계속 소모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런 적이 없었는데 라운드가 끝나면 다리가 뭉친다.

홍삼과 마늘, 매실을 꼭 먹고 있다.

매실은 피로 회복에 좋다고 하고 또 내가 위장이 약해서 먹는다.

골프 선수들이 더운 날씨에 찬물을 자꾸 마시다 보니 위가 안 좋은 편이다.

--못 먹는 음식도 있나.

▲땅콩하고 오이는 못 먹는다.

땅콩버터도 못 먹고 오이가 들어간 음식에선 오이를 골라내고 먹는다.

냄새가 별로 좋지 않아 안 먹는다.

어릴 때는 버섯, 콩도 가렸는데 지금은 맛있게 먹는다.

--올해 프로야구 KIA가 우승한 것에 대해 기뻐했다던데.
▲아버지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호주에서 훈련하면서 호주오픈 테니스대회도 가봤고 이번 겨울에는 농구 경기장도 가보고 싶다.

키가 큰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라 재미있을 것 같다.

--최근 '키 작은 남자'에 대한 논란이 국내에서 일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을 키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키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역도 장미란 등 다른 종목 선수들과 친분이 있나.

▲없다.

외국에 많이 다니다 보니 친분을 쌓을 기회가 별로 없다.

--김연아 선수는 광고도 많이 찍는데 왜 신지애 선수는 없나.

▲그냥 열심히 골프만 치라고 그런 건 가보다.

(웃음) 또 골프 선수들은 스폰서들이 있어 광고에 다소 제약이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나.

▲사실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그때그때 인기있는 연예인 이름을 답하다 보니 자꾸 바뀐다.

(웃음) 다른 선수들이 '너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들면 투어 다니면서 외롭고 그럴 때 좋아하는 연예인 기사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기분 전환이 된다'고도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럼 지금은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나.

▲(잠시 생각한 뒤) 없다.

가수 테이 씨와 얼마 전 방송에서 한 번 만났다.

나도 팬이지만 동생이 테이 씨를 그렇게 좋아해서 한번 같이 만나기도 했고 이달 말에는 테이 씨 콘서트에도 동생과 같이 가려고 한다.

그런데 동생을 테이 씨와 만나게 해줬다는 얘기를 들은 다른 주위 분들이 '나는 누구를 좀 만나게 해달라'느니 '나는 누가 좋더라'는 식으로 말해 와서 요즘 열심히 섭외 중이다.

(웃음)
--연예인들과 친분이 많은가.

▲예전 하이마트 소속일 때 하이마트 광고 모델인 정준호, 현영 씨와 알게 됐다.

예전에 주위에 동방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동료가 있었는데 한 번은 다른 언니가 그 동료에게 '네가 동방신기 찾아다닐 시간에 연습을 좀 더 해라. 골프에서 1위가 돼서 동방신기를 만나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했는데 요즘 그 말이 맞다는 걸 실감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운전을 배웠다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아빠한테 배웠다.

골프 연습이 끝나면 따로 운전 연습 시간이 있었을 정도다.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대회 기간이 아니면 직접 운전을 많이 한다.

특히 일본이나 호주처럼 운전석이 우리와 반대인 곳에서 하는 것도 재밌다.

골프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골프장에서 카트를 몰아서 그런지 운전을 잘한다.

--올해 수입이 꽤 많을 것 같다.

▲얼마인지는 나도 모른다.

상금을 미국과 일본에서 받았고 계약금에 인센티브까지 있으니 적은 돈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관리를 아빠가 하시니까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다.

--그럼 용돈을 받아서 쓰나.

▲작년까지 우승하면 100만원, 보기 없이 라운드를 마치면 아버지한테서 100만원씩 받았다.

2008년에는 국내에서 우승도 많이 하고 보기 없이 끝낸 적도 많아서 아마 용돈을 거의 2천만원 넘게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올해 정작 상금왕엔 올랐지만 우승이나 보기 없는 라운드가 줄어서 개인 수입으로만 보자면 지난해보다 마이너스다.

--용돈을 받아서 주로 어디에 쓰나.

▲쓸 일이 사실 별로 없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곧 동생과 함께 카페를 하나 열 생각이다.

--부업을 시작하는 건가.

▲사실 골프를 오래하고 싶지는 않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려면 10년을 쳐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할 생각이다.

주위에선 '네가 그때 정말 그만두면 내가 손목을 자른다'고도 하지만 내가 그때까지만 쳐도 지금까지 10년, 앞으로 10년 해서 20년간 골프를 치는 것이다.

--정말 딱 10년만 더 칠 것인가.

▲물론 그때 가면 또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나 골프밖에 모르고 살고 싶지는 않다.

미술,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갤러리도 운영하고 싶고 나이 들어서 돈 욕심보다는 재미를 느끼고 뭔가 배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그런 면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그 나이에 은퇴하고도 다시 복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대단한 셈이다.

--지금까지 10년을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어떤 것인가.

▲(아버지가 대신 대답) 아무래도 작년에 브리티시오픈 우승이 아니겠나.

LPGA 투어 메이저대회를 우승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기뻤던 것 같다.

또 아마추어 시절인 2005년에 국내 프로대회였던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올랐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일정을 소개해달라.
▲노는 것이 우선이고 나머지는 가봐야 알 것 같다.

'아마 가면 바쁠 것'이라고만 들었다.

(휴스턴<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