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운드를 하면서 70~100차례에 달하는 모든 샷과 퍼트 때 사용하는 유일한 골프용품이 볼이다. '로(low) 핸디캐퍼'일수록 볼에 민감하고 볼을 더욱 애지중지한다. 프로골퍼들은 더 말할 게 없다. 볼에 대한 선수들의 징크스나 선호 숫자,교체 주기 등을 들춰보았다.

◆선호하는 숫자 제각각

최고의 골프 볼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는 1~8번 숫자가 찍힌 볼을 판매한다. 아담 스콧(호주)만이 유일하게 숫자 9가 적힌 볼을 사용한다. 신지애(21 · 미래에셋) 김경태(23 · 신한은행) 등 많은 선수들은 숫자 1과 3이 새겨진 볼을 사용한다. 1은 '1등''홀인원' 등을 의미하고,3은 파4홀에서 '버디'를 뜻하는 스코어이기 때문이다. 2와 4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숫자 2에서 '2퍼트'를 연상하고,4는 동양권에서 기피하는 숫자여서 사용을 꺼린다. 이런 숫자가 찍힌 볼은 주로 연습할 때나 프로암대회에서 사용한다.

김하늘(21 · 코오롱) 최혜용(19 · LIG) 등은 하이 넘버(5~8번)를 사용하지 않는 반면 로리 매킬로이(20 · 북아일랜드)는 하이 넘버를 좋아한다고 한다. 홍순상(28 · SK텔레콤)은 1라운드 때는 1번 볼을 쓰는 등 라운드와 숫자를 일치시킨다. 유소연은 볼에 돼지 모양의 마크(다른 선수와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볼에 표시하는 것)를 해 눈길을 끈다.

'유스핀' 브랜드로 알려진 투어스테이지는 숫자 0~9와 같은 숫자가 반복된 11~99번이 새겨진 볼을 내놓는다.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원하는 번호를 맞춰준다. 1,3,5번 볼만 사용하는 안선주(22 · 하이마트)는 연습 때 스누피 그림을 입힌 볼을,대회 때는 삼각형 모양의 별이 빼곡하게 새겨진 볼을 사용한다.

캘러웨이 볼에는 숫자 1~4만 찍혀 나온다. 방두환(22)은 4번 볼만 고집한다. 루키 시즌이던 2007년 금강산아난티NH농협오픈에서 최고 성적인 2위를 차지할 때 4번 볼을 썼기 때문이다. 지은희(23 · 휠라코리아)는 대회 때 1번 볼만 사용한다.

◆3~6홀에 볼 하나 사용

프로들은 한 라운드에 볼을 몇 개나 쓸까. 보통 3~6홀에 한 개를 쓴다. OB가 난다든지 볼을 잃어버리면 당연해 새 볼을 사용한다. 짧은 거리에서 웨지로 강하게 스핀을 넣거나 벙커샷을 할 경우 표면이 긁히기 때문에 다음 홀에서 바꾸는 경우도 많다. 볼이 도로나 나무에 맞을 때도 교체 이유가 된다. 어떤 선수는 퍼트가 잘 안 될 때 다른 볼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 허인회(22)는 한 라운드에 볼 12개(1다즌)를 사용할 정도로 교체가 많은 편이다.

반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볼을 안 잊어버리면 18홀 내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행운의 볼'이라고 여겨 끝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시점에 볼을 바꿔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3~4홀에 한 번씩 볼을 바꾸는 '싱글 핸디캐퍼'도 있다.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수입시판하는 김영국 아쿠쉬네트코리아 사장은 "볼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태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