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Congratulations)!!"

아쉽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09시즌 올해의 선수를 놓친 '골프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가 24일(한국시간) LPGA 투어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마친 뒤 미국 골프 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리포터가 건넨 첫 마디이다.

워낙 다 잡은 것처럼 보였던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사상 두 번째 올해의 선수, 상금왕, 신인왕, 최저타수 석권을 놓쳐 당장 아쉬움이 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신지애가 올해 일궈낸 업적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운 일이다.

지난 시즌 LPGA 투어 정식 회원이 되기 전에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포함해 3승을 올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신지애는 올해는 신인왕과 상금왕을 독식했다.

이것도 1978년 로페스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또 최연소 상금왕 기록을 새로 썼고 다승 부문에서도 오초아와 함께 3승으로 공동 1위에 올라 3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이는 '골프 여제'라고 불렸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나 카리 웹(호주)은 물론 신지애의 오늘이 있게 한 박세리(32)도 이뤄내지 못한 대단한 일들이다.

이런 사실들을 잘 알고 있기에 골프 채널 리포터는 아쉬움을 위로하기보다 먼저 '올해 이뤄낸 대단한 일들을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건넸던 것이다.

이날 퍼트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아 끝내 올해의 선수는 오초아에게 내줬지만 소렌스탐 이후 한동안 '무적 시대'를 열 것 같았던 오초아의 상금왕을 저지한 것은 물론 올해의 선수 자리도 끝까지 주인공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오초아도 이날 1번 홀 티오프를 하기 전에 긴장이 됐는지 평소와 다르게 성호를 그으며 시작할 정도로 신지애는 무서운 상대였다.

먼저 경기를 마치고 18번 홀에서 기다리던 오초아는 신지애가 칩인 버디에 실패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자 직접 다가가 신지애를 끌어안으며 포옹했다.

신지애에 대한 위로의 포옹이기도 했지만 오초아 스스로 안도의 포옹이기도 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번 시즌 신지애가 보여준 실력, 기록은 훌륭했다.

현지 시각으로 월요일이라 전날보다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의 수는 다소 줄었지만 교민들도 18번 홀에서 길게 줄을 늘어서 신지애를 기다리다 "그래도 잘했어"를 외치며 서로 위로하고 2010년 시즌을 함께 기약했다.

(휴스턴<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