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홀(파3)에서 승부가 갈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09시즌 올해의 선수의 주인공은 마지막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까지도 윤곽을 드러내지 않다가 결국 LPGA 투어챔피언십 17번 홀에서 신지애(21.미래에셋)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희비가 엇갈렸다.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휴스터니안 골프장(파72.6천65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

16번 홀까지 11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라 있던 오초아가 17번 홀에서 티샷을 날렸지만 벙커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샷으로도 공을 벙커에서 꺼내지 못한 오초아는 많으면 2타 이상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1,2라운드에서도 이 홀에서 연속 보기를 했던 오초아는 세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이마저도 홀과 거리가 3m가 넘어 더블보기 가능성이 높았다.

보기로 막는다면 공동 2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더블보기가 되면 4위 이하로 떨어질 판이었다.

오초아가 4위 이하로 내려간다면 신지애의 성적과 관계없이 올해의 선수는 신지애의 몫이 될 수 있었다.

현지에서 경기를 중계하던 미국 골프 채널은 이런 상황을 17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지켜보며 웃고 있던 신지애의 모습을 비춰줄 정도였다.

그러나 오초아가 저력을 발휘하며 보기 퍼트를 기어이 넣어 공동 2위를 지켰고 이제 부담은 오히려 신지애에게 넘어갔다.

이때까지 이븐파를 치며 공동 5위에 올라 있던 신지애는 이 성적만 유지해도 올해의 선수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1타라도 잃으면 공동 8위로 내려가는 상황.
오초아가 공동 2위를 유지하면 신지애는 최소 7위를 해야 올해의 선수에 공동으로 오르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7번 홀은 2라운드까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홀로 악명을 떨치고 있던 곳이었다.

200야드로 거리도 만만치 않은데다 그린의 폭이 좁고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미끄러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2라운드까지 평균 타수가 3.33타나 됐다.

부담을 느낀 신지애의 샷은 벙커로 빠졌다.

더구나 오초아처럼 자세가 불안한 상태로 벙커샷을 쳐야 하는 상황.
벙커에서 쳐낸 볼은 벙커 턱을 겨우 넘어 러프에 떨어졌다.

끝내 통한의 한 타를 잃고 말았다.

위기를 보기로 넘긴 오초아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4년 연속 올해의 선수 등극을 자축했고 반면 신지애는 역시 두 번째 샷까지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칩인 버디를 시도했으나 볼은 야속하게도 컵을 살짝 비켜갔다.

신지애의 경기를 지켜보던 오초아는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었다.

(휴스턴<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