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작하고 오늘 두 번째 운 거에요"

평소 낙천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진 '골프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를 코앞에서 놓친 아쉬움을 숨기지는 못했다.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휴스터니안 골프장(파72.6천65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 공동 8위에 오른 신지애는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1점 차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영광을 내줬다.

신지애는 "제가 전체적으로 너무 안 돼서 그렇게 됐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아쉬워하며 "그래도 올해 목표로 했던 것을 다 이뤘기 때문에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올해 LPGA 투어 신인인 신지애는 기회가 날 때마다 "올해 목표는 1승과 신인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3승에 신인왕은 물론 상금왕과 공동 다승왕까지 올랐으니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신지애는 "오늘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는 않다"고 양해를 구하며 올해의 선수를 내준 아쉬움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신지애는 "퍼트가 좋지 않았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버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며 "리더보드를 자주 확인했기 때문에 상황은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숙소에서 다시 만난 신지애는 기분이 한결 나아 보였다.

신지애는 "아까 골프장에선 거의 인터뷰 거부하다시피 했는데"라며 "사실 아까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순간에 그런 기분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인터뷰 도중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 인터뷰 요청에도 밝은 목소리로 "여보세요"라고 하다가 "너무 밝은 목소린가"라고 스스로 되묻기도 할 정도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신지애는 "중1 때 85타 치고 예선 탈락해서 울고 난 뒤로 골프 때문에 울어보기는 두 번째"라고 말했다.

'17번 홀이 아쉽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실 그전에 몇 번이나 버디 기회가 왔는데 살리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

오늘은 정말 '이건 안 들어갈 수가 없겠다'고 생각한 것도 돌아 나오더라"고 답했다.

신지애는 "내년 시즌에는 올해의 선수라는 목표를 갖고 할 수 있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며 2010년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반면 오초아는 "4년 연속 올해의 선수가 됐지만 투어 기록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선수로 뛰는 동안은 계속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며 "계속 기록에 도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다음 시즌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연속 수상 기록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운 5년 연속이다.

소렌스탐은 총 8회 수상으로 최다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휴스턴<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