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준우승까지 했던 선수가 캐디로 변신했다.

2004년 4월 LPGA 투어 다케후지클래식에서 크리스티 커(미국)와 무려 연장 7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분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전설안(28)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설안 씨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휴스터니안 골프장(파72.6천65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 2라운드에서도 양희영(20)의 골프백을 어깨에 둘러메고 18번 홀을 빠져나왔다.

2004년부터 LPGA에서 뛰며 첫 대회였던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전설안 씨는 그해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까지 공동 2위를 달리기도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늦은 편이었지만 대학 시절인 2000년부터 줄곧 미국에서 훈련을 하며 기량을 쌓기 시작한 전설안 씨는 LPGA 2부 투어를 거쳐 2004년부터 5년간 풀시드 선수로 뛰었다.

그러던 전설안 씨가 젊은 나이에 은퇴하게 된 것은 어깨 부상 때문이었다.

전설안 씨는 "어깨 신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술해도 얼마 못 가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아지들이 눈을 보면 좋아하듯 나도 골프장 잔디가 좋아 다시 캐디백을 메게 됐다"는 전설안 씨는 "올해 초 예일대 출신 선수인 이지혜의 캐디를 처음 맡아봤다.

양희영과 호흡을 맞춘 것은 8월 말부터"라고 말했다.

이후 양희영은 7개 대회에 나와 한 차례 컷 탈락하기도 했지만 9월 CVS/파머시 LPGA 챌린지에서 공동 3위에 올라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나이 차이도 한참 나는 후배와 같이 다니다 보니 여느 캐디와 역할이 똑같지는 않다.

전설안 씨는 "다른 캐디들은 선수가 못 치면 '괜찮다'며 선수 기분 맞춰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

'나 비행기 표 바꿀 돈이 없으니까 내일 알아서 잘 쳐'라고 혼내곤 한다"며 웃었다.

그 덕인지 1라운드에서 보기 6개를 쏟아내며 4오버파를 쳤던 양희영은 이날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4언더파를 기록해 중간합계 이븐파로 타수를 줄였다.

선수 때와 가장 다른 것은 "실수나 잘못하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안 씨는 "선수 때는 다 잔소리로만 들리지만 캐디 입장에 서보니 눈에 다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경력이 화려한 캐디다 보니 알아보는 팬들도 많다.

전설안은 "이달 초 한국 대회 갔을 때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았고 캘리포니아나 포틀랜드 쪽 대회에도 격려해주시는 팬들이 많다"며 "어떤 분은 '전 프로가 2부 투어나 한국, 일본 투어에 간 줄 알고 아무리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도 안 나오더라'고 원망하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에서 시니어 인스트럭터로 일하는 앤드루 파크(남아공)와 약혼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전설안 씨는 "나중에 남편 될 사람과 함께 가능성 있는 주니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휴스턴<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