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LPGA 상금왕과 다승왕을 했다고 자만하지 않고 한결같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또 이젠 외국 시합에 나가서도 톱텐에 들고 싶어요."

'필드의 슈퍼모델' 서희경(23.하이트)이 올 시즌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4개 부문을 휩쓸며 정상에 우뚝 섰다.

서희경은 2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올 시즌 마지막 투어인 ADT캡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작년에도 잘했지만 (신)지애가 잘해 '2인자'라는 꼬리표가 있었는데 올해 목표했던 대로 떼고 정상에 올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KLPGA 대상, 상금왕, 다승왕을 휩쓸며 정상에 군림한 신지애(21.미래에셋)는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전념하면서 KLPGA 투어에는 한 대회만 참가했다.

서희경은 "아직도 상을 탔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시상식에 가고 수상 기사를 봐야 내가 상을 탔다는 것을 알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막판까지 상금왕, 다승왕 경쟁을 벌였던 후배 유소연(19.하이마트)에 대해 서희경은 "마인드 컨트롤이 뛰어날 뿐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후배"라고 평가하며 "소연이가 경쟁 상대가 돼 열심히, 독하게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서희경은 지난해 8월 하이원컵에서 프로 데뷔 3년 만에 처음 우승한 기세를 이어가 올 시즌 5승을 거두면서 결국 정상에 올랐다.

서희경은 올해 4,5월 롯데마트 여자오픈과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우승한 뒤 여름 동안 주춤했으나 10월 하이트컵 챔피언십과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잇달아 우승했으며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역전 우승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그는 올 시즌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 마음가짐을 꼽았다.

서희경은 "작년에 첫 우승을 한 뒤 골프뿐 아니라 생활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봄철에 원래 성적이 안 좋은 데 올해는 2승 뒤 욕심이 많아져 5, 6월 성적이 안 좋았다"며 "그때 상금왕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앞만 보고 열심히 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런 자신감 덕택에 경기 후반 흔들리곤 하던 서희경은 통산 11승 중 8번이나 역전승을 올려 신지애와 마찬가지로 '파이널 퀸'이란 별명도 얻게 됐다.

국내 정상에 오른 서희경은 앞으로 LPGA에 도전할 계획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LPGA에서 올해 신인왕에 오른 후배 신지애를 거론하며 "올해 나도 외국 대회에 몇 개 나갔는데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내년에도 외국 시합을 4~5개 경험하면서 기술적인 것을 연마하면 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서희경은 "하지만 급하게 LPGA에 도전하지 않고 차분하게 더 준비하겠다"며 "앞으로 쭉 잘해나가 명예의 전당까지 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최근 팬이 많아졌다는 서희경은 "예전에는 제가 골프장에 지나가도 신경을 안 썼는데 요즘은 팬들이 응원을 해주고 가끔가다 맛있는 것도 주고 '파이팅'하고 소리도 질러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서귀포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