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북한을 비롯해 제1회 월드컵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본선 진출에 성공한 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를 사령탑으로 내세웠다가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합류한 아르헨티나까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더불어 아프리카 예선에서는 조별리그에서 공동 1위가 나와 단판 플레이오프 끝에 알제리가 이집트를 꺾고 본선에 합류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졌다.

눈물과 환희로 범벅된 월드컵 예선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모아봤다.

◇아시아 '남북한 동반 진출..중동의 몰락'


이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팀을 꼽으라면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지역 3차 예선과 최종예선에서 공교롭게 한국과 나란히 2조에 속해 치열한 남북 대결을 펼친 북한은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나란히 3승3무2패(승점 12)를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조 2위로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이로써 북한은 지난 1966년 이후 무려 44년 만에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아시아지역 최다 본선 진출국(총 8회. 7회 연속 진출)인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 돌풍'을 예고하고 나섰다.

반면 중동의 전통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각각 북한과 한국의 열풍에 밀려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고, 바레인과 카타르 역시 호주와 일본에 묻혀 직행 티켓을 잡지 못했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나선 카타르마저 뉴질랜드에 무릎을 꿇으면서 '중동 몰락'의 마지막 희생자가 됐다.

※본선 진출국= 한국, 일본, 호주, 북한

◇아프리카 '알제리의 기쁨..이집트의 눈물'

총 5장의 본선 진출권이 걸려있던 아프리카 예선에서는 전통의 강호인 나이지리아가 최종예선 무패(3승3무)를 기록하고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카메룬, 가나가 각각 1패만 기록하며 순조롭게 조 1위로 본선에 합류했다.

하지만 C조의 알제리와 이집트는 최종예선 6경기에서 나란히 4승1무1패에 골 득실(9득점4실점)까지 똑같아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결국 알제리와 이집트는 19일(한국시간) 새벽 수단의 수도 옴두르만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렀고, 알제리가 전반 40분 터진 안타르 야히오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승리,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본선 진출국= 알제리,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카메룬, 가나

◇남미 '지옥과 천당을 맛본 마라도나'

남미예선에서는 월드컵 역대 최다 우승(5회)에 빛나는 브라질이 지난 9월 6일 아르헨티나와 예선 15라운드에서 '라이벌' 아르헨티나를 3-1로 꺾고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 지난 1930년 우루과이 대회를 시작으로 내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까지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19회 연속 본선 무대에서 우승을 노리게 됐다.

하지만 남미예선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브라질의 연속 진출 기록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아르헨티나의 턱걸이 본선 진출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0월 사임한 알피오 바실레 감독의 후임으로 디에고 마라도나를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선수로서는 '전설'이었지만 마라도나는 클럽 사령탑을 맡아 겨우 23경기만 지휘봉을 잡았던 '초짜 감독'에 불과해 아르헨티나에서도 찬반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감독직 시작과 함께 선수 선발을 놓고 축구협회와 불화설이 일었던 마라도나는 월드컵 예선 6경기를 치르면서 단 2승밖에 거두지 못해 자질 문제가 대두했고, 대표팀 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70여명의 선수를 기용하는 등 지나친 선수 실험으로 사퇴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예선 최종전에서 우루과이를 1-0으로 꺾고 가까스로 조별리그 4위를 확정했고, 마라도나도 기사회생했다.

※본선 진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우루과이

◇유럽 '씁쓸한 프랑스의 기사회생'

'아트사커' 프랑스가 유럽예선 7조에서 세르비아의 돌풍에 밀려 조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선 것 자체가 뉴스거리였다.

프랑스는 19일 치러진 아일랜드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1로 지면서 1차전 합계 1-1로 연장에 들어갔고, 연장 전반 13분 윌리엄 갈라스의 헤딩골로 가까스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갈라스의 헤딩골 직전 도움을 준 티에리 앙리가 오프사이드 논란과 더불어 확실한 핸드볼 상황을 주심이 놓치면서 새로운 '신의 손'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동유럽의 '다크호스' 세르비아는 프랑스를 누르고 7조 1위로 본선에 직행해 화제를 모았고,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각각 조별리그에서 10연승과 8연승으로 가볍게 본선에 진출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전차군단 독일도 조별리그 무패행진(8승2무)으로 15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이탈리아 역시 7승3무의 성적으로 1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본선 진출국=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네덜란드,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페인

◇북중미 '코스타리카의 슬픔'

북중미의 '양대산맥' 미국과 멕시코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본선 무대에 나섰지만 남은 1장의 본선 직행 티켓을 놓고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가 막판까지 박빙의 혈투를 벌였다.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노렸던 코스타리카는 조별리그 3위 온두라스와 나란히 5승1무4패(승점 16)를 기록해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밀려 4위로 내려앉았고, 남미 5위 우루과이와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어 1무1패로 본선 진출에 끝내 실패했다.

코스타리카는 최종예선에서 온두라스에 0-4로 패하고 연이어 멕시코에 0-3으로 무릎을 꿇으며 2연패를 당했던 게 온두라스와 골 득실 대결에서 밀린 결정적 이유였다.

※본선 진출국= 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오세아니아 '호주 빠진 덕 톡톡'

뉴질랜드는 바레인과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1승1무를 거두면서 지난 1982년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뉴질랜드의 본선 진출은 호주가 오세아니아에서 빠져 아시아로 옮겨가면서 생긴 '특수'를 제대로 살린 셈이다.

※본선 진출국= 뉴질랜드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