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전향을 하며 나이키 소니 등과 1천만달러의 후원 계약을 체결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나 잇따른 구설수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던 한국계 미국국적의 미셸 위 선수가 마침내 이름값을 했네요.

미셸 위 선수는 16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처음 우승컵과 입맞춤했습니다.

언론에서 이와 관련한 뉴스를 집중 보도하고 있어 경기 결과나 위 선수의 그동안 행적은 이해가 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오랜 기간 마음 고생 끝에 명예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미셸 위 선수에게 우선 축하를 보내고 지속적인 선전을 기대하겠습니다.

여기서 넌센스급 퀴즈 하나 출제합니다.

"미셸 위의 우승에 뼈속까지 기뻐했을 이들은?"

물론 미셸 위 선수 본인이 가장 큰 기쁨을 누렸을 거고요.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녀에 대한 성원의 응원을 그치지 않았던 한국과 미국의 팬들이 꼽힐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외에 하나 더 꼽아보라면 누가 될까요?

저는 미국 LPGA사무국 관계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추정컨대 이 관계자들은 드러내놓고 기뻐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을 듯 합니다.

왜냐고요?

쪼그라들고 있는 있는 미 LPGA의 살림살이를 펴게 해줄 주인공이 드디어 기지개를 활짝 켠 까닭입니다.

LPGA 투어는 최근 날개 없는 추락의 길을 걷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몇 년전까지 수백만달러를 기꺼이 내놓고 LPGA투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해왔던 기업들이 잇따라 "이제 그만"을 외치고 있어서지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삼성그룹도 내년부턴 지난 15년간 후원했던 삼성월드챔피언십의 타이틀스폰서 중지를 선언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LPGA투어 대회 숫자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는 겁니다.

기업들이 이처럼 LPGA투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포기하는 건 대회가 주로 열리는 본바닥 미국에서 이 대회들의 인기가 뚝 떨어지는 데서 비롯한다는 얘깁니다.

LPGA투어 대회를 지상파 TV에선 중계안한 게 오래됐다고 하니 인기 추락의 강도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일까요?

미국인에게 인기를 끌만한 '상업성 높은' 선수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그나마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아니카 소랜스탐 선수는 은퇴했고 박세리 선수도 최근엔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특히 최근 LPGA투어의 상황을 조금 어려운 말로 표현한다면 '윔블던 효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윔블던 효과는 영국이 윔블던 테니스대회를 주최하고 있지만 우승컵은 전부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상을 빗댄 용어입니다.(이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남자 단식에서 비영국인이 우승한 것은 올해까지 73년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LPGA 투어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갖춘 프로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게다가 대회 우승자도 미국출신이 아닌 외국인 선수들이 대부분인 형편입니다. 2009년 한국 국적인 선수가 차지한 우승컵만도 11개나 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투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건 불문가지일 테고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는 기업의 후원이 이어질 리 만무하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인가요. 미국 LPGA사무국이 외국 선수(특히 한국선수) 겨냥해 영어테스트를 하겠다는 '헛발질'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전도 불명한 상황에서 미국 국적의 미셸 위 선수가 극적으로 우승컵을 번쩍 들어 올렸으니 미 LPGA사무국 관계자들의 가슴에 솟은 심정은 "뚫어 뻥"이 아니었을까하는 느낌입니다.

비록 미셸 위 선수가 남자대회 출전강행, 경기도중 포기 등 여러 가지 구설수를 일으키긴 했지만 이른바 '상품성'에선 최고로 꼽히는 까닭이지요.

미 LPGA측은 미셸 위의 지속적인 선전을 기대할 것이고요.

미셸 위 선수의 선전은 미국 무대를 밟은, 또 진출하고 싶어하는 한국 프로들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회가 줄어들어 벌어들일 달러가 줄어드는 것보다야 많은 대회에서 많은 상금을 탈 기회를 갖는 게 당연히 좋은 때문이지요.

저는 일요일인 15일 아침 이 대회의 3라운드 중계를 보다가 문득 "신지애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 못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미셸 위의 우승"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그렇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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