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첫 유럽 평가전..27경기 연속 무패 행진

한국 축구의 태극전사들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대비한 유럽 팀과 첫 모의고사에서 값진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불패 행진을 이어갔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덴마크 에스비에르 블루워터아레나 스타디움에서 덴마크와 친선경기에서 90분 동안 공방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이로써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한 허정무 감독은 칠레와 평가전에서 첫 패배를 당한 이후 27경기 연속 무패(14승13무) 행진을 계속했다.

한국은 덴마크와 두 번째 A매치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역대 상대전적에선 1무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 2006년 덴마크와 홍콩 칼스버그컵에서 맞붙어 1-3으로 패했다.

강한 상대와 맞붙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던 허정무 감독과 안정적인 조직력을 보여준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유럽예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한 덴마크와 대결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쳐 자신감을 충전했다.

한국은 18일 영국 런던의 풀럼 홈구장인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세르비아와 유럽 원정 2차 평가전을 치른다.

허정무 감독은 예상대로 이동국-이근호 듀오가 선발 투톱으로 내세운 4-4-2 전형을 들고 나왔다.

간판 골잡이 박주영이 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올 시즌 K-리그 득점왕 이동국(20골)과 이근호가 최전방에서 투톱 호흡을 맞춘 것은 지난 8월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1-0 승)에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좌우 날개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주장 박지성과 이청용을 배치했고 중앙 미드필더는 소속팀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일정 때문에 경기 후 귀국하는 김정우-기성용 조합을 먼저 실험했다.

박지성은 지난달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풀타임으로 뛰고 나서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맨유에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컨디션이 회복돼 허정무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포백 수비라인은 이영표-이정수-조용형-차두리가 포진했고 골문은 거미손 이운재가 지켰다.

덴마크도 모르텐 라스무센을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기용한 4-3-3 전형으로 맞불을 놨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스웨덴, 포르투갈 등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에 오른 세계랭킹 27위 덴마크는 높이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몰아붙였다.

덴마크의 중원 압박과 견고한 수비에 막혀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11분 기성용의 왼발 중거리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한국은 2분 뒤 아찔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야콥 포울센은 라스무센이 오른쪽 크로스를 감각적인 힐패스로 빼주자 골키퍼 이운재와 1대 1로 마주했다.

하지만 포울센이 슈팅 순간 발이 엉켰고 이운재가 한 발 먼저 나와 걷어냈다.

힘을 겸비한 덴마크에 몸싸움과 제공권 다툼에서 모두 밀리던 한국이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전반 25분에는 `프리미어리그 듀오' 박지성과 이청용이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박지성이 아크정면에서 왼쪽 문전으로 침투하는 이청용에게 공을 찔러줬다.

이청용은 왼발로 강하게 찼지만 골키퍼 토마스 쇠렌센의 선방에 막혔다.

2분 후에도 이동국이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수비벽을 뚫고 왼발로 슈팅을 해봤으나 공이 수비수 몸을 맞고 굴절됐다.

초반 기선을 내줬던 한국은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해 활발한 움직임으로 경기를 조율하면서 주도권을 찾았고 볼 점유율에서 44-64로 뒤졌음에도 실점하지 않아 전반을 0-0 균형을 유지한 채 마쳤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이동국을 빼고 설기현을 최전방 쌍두마차인 이근호 짝으로 배치하는 공격 변화를 줬다.

설기현의 저돌적인 돌파와 크로스를 동시에 활용하려는 허정무 감독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덴마크의 공세가 매서웠다.

덴마크는 후반 4분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페르 크뢸드룹이 헤딩으로 공을 떨어뜨리자 왼쪽 골대 앞에 도사리던 포울센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실점 위기의 아찔한 순간이었으나 포울센이 몸의 중심을 잃으면서 슈팅 타이밍을 놓친 게 천만다행이었다.

한국은 후반 9분 왼쪽 미드필드 지역 프리킥 기회에서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띄워 주자 설기현이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어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미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간 뒤였다.

선제골 사냥할 수 있었으나 오프사이드에 걸려 득점이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17분 이정수를 불러들이고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를 투입하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 박지성 대신 `왼발 달인' 염기훈을 기용했다.

A매치 7경기에서 3골을 넣은 곽태휘로선 지난해 10월15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1년 만의 A매치 복귀였다.

박지성은 65분 동안 강철 체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벼 부상 후유증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허정무 감독은 이후 이근호 대신 김치우, 차두리 대신 오범석, 이청용 대신 김두현을 교체 기용해 선수들을 점검했다.

한국은 교체 멤버들을 주축으로 파상공세를 이어갔지만 굳게 닫힌 덴마크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양팀은 이후 다소 김이 빠진 경기를 이어가며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44분 요한 압살론센의 왼발 중거리 슈팅을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유럽팀을 상대로 승전가를 부르지 못했어도 팽팽한 승부로 무승부를 만들어낸 건 한국으로선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에스비에르<덴마크>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