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덴마크와 평가전을 앞두고 경기가 열릴 덴마크 에스비에르 블루워터아레나 스타디움에서 전술훈련을 한 1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선수단이 도착하기 전 한 이방인이 박태하 코치와 함께 경기장에 먼저 들어와 훈련용 콘을 가지런히 배치하며 선수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박지성이 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수석 피지컬 트레이너 토니 스트러드윅(37) 씨였다.

그는 훈련이 시작되자 그는 약 30분간 직접 시범을 보여가며 선수들의 워밍업을 진행했다.

대표팀 기술분석관은 훈련 내용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았고 허정무 감독 등 코치진도 먼발치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스트러드윅 씨는 무릎 부상의 여파로 소속팀에서 최근 11경기 연속 결장한 박지성의 몸 상태와 그동안의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서 대표팀과 의견을 나누려고 지난 12일 파견됐다.

이틀간 대표팀과 머물다 이번 주말 영국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인 그는 현재 피지컬 트레이너가 없는 대표팀의 요청으로 잠시 훈련을 돕게 된 것이다.

스트러드윅씨는 이날 붉은색의 맨유 유니폼이 아닌 호랑이 문장이 새겨진 한국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스트러드윅씨는 이날 훈련 전 대표팀 의무팀과 코칭스태프를 차례로 만나 박지성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2008년부터 심박 수와 혈액 내 젖산 농도, 근육 파워를 측정한 과학적 자료를 대표팀 의무팀에 전달하며 박지성이 이제는 경기에 뛰어도 문제가 없는 상태라는 것도 확인해 줬다.

훈련 내용이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스트러드윅 씨가 전달한 자료를 통해 맨유의 치밀한 선수 관리 시스템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스트러드윅 씨와 면담한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감독이 선수를 믿지 못해 경기에 내보내고 안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몸 상태에 따라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피지컬 트레이너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자료를 축적해 코칭스태프에게 제시한다"면서 "맨유는 역시 세계적인 클럽답다"고 말했다.

스트러드윅 씨는 한국 선수들과 훈련한 느낌을 묻자 "집중력과 훈련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이 인상적이었다.

수준이 높았다"며 칭찬했다.

박지성 몸 상태에 대해서는 "경기를 뛰어도 문제 없다"면서 "무릎 뿐 만아니라 전반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도록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해 왔고,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파견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중간에서 연락관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단과 대표팀 간 원활한 소통과 협조를 위해서였다.

길게 보고 선수를 관리하는 것이 구단의 의무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현재 피지컬 트레이너를 찾고 있는데 스트러드윅 씨는 대표팀 코치진에 몇 명의 후보를 소개했다.

그는 "열심히 하고 훈련 자세가 좋은 한국 선수들의 수준에 걸맞은 사람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직접 도와줄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나는 맨유 구단에 전념해야 한다.

월드컵을 위해 대표팀을 맡으면 국가의 임무에 100% 올인해야 하는데 구단과 대표팀을 둘 다 맡긴 어렵다.

올 시즌에는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초첨을 맞춰야 한다"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에스비에르<덴마크>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