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젊은 왼손 투수 양현종(21)의 어깨가 무겁다.

양현종은 14일 오후 1시 일본 나가사키 빅N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일 클럽 챔피어십'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맞아 호랑이 군단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양현종의 어깨가 특히 무거운 것은 KIA 마운드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진 상태로 이번 경기를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마운드의 한 축을 책임졌던 외국인 듀오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이 빠진데다 '토종 에이스' 윤석민은 군 문제를 해결하느라 합류하지 못했다.

여기에 서재응과 한기주마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차포'에 '마상'까지 뗀 KIA로서는 양현종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양현종의 뒤를 받쳐 줄 불펜진의 형편도 그리 좋지 않다.

곽정철은 최근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고 유동훈은 11일 자체 청백전에서 2이닝 동안 5실점하며 체면을 구겼다.

유동훈은 "오랜만에 던진데다 감기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어깨 근육이 서서히 정상 컨디션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때 보여준 '0점대 방어율'의 위력은 다소 떨어진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꿰뚫고 있는 조범현 KIA 감독은 양현종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조 감독은 "양현종이 어느 정도까지 던져 준다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며 그의 호투를 팀 승리의 필수조건으로 여기고 있다.

양현종도 최근 감기 때문에 컨디션이 상당히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7일 LG와 연습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고 11일에도 불펜피칭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막중한 책임을 안은 양현종으로서는 요미우리의 좌타자와 승부에 특히 집중해야 한다.

요미우리는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비롯해 이승엽, 마쓰모토 데쓰야, 가메이 요시유키, 아베 신노스케, 후루키 시게유키 등 주요 타자들 대부분이 왼손이다.

'왼손 투수는 왼손 타자에게 강하다'는 야구 속설이 맞아떨어진다면 양현종이 길게 던지며 'CK포' 최희섭, 김상현의 한방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또 양현종이 일본 타자들에게 낯선 투수라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투수와 타자가 서로 잘 모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투수가 유리하다.

2007년 데뷔해 올해 12승5패를 올리며 최고의 해를 보낸 양현종은 두둑한 배짱이 무기다.

여기에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찔러 넣는 시속 150㎞짜리 직구와 각도 큰 커브가 일품이다.

양현종은 요미우리 강타선을 상대로도 특유의 자신 있는 피칭을 펼칠 작정이다.

"초반에는 힘으로 승부할 생각이다.

이승엽 선배와 승부도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현종은 이날 디키 곤살레스와 선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팀 내 최다인 15승을 올린 곤살레스는 일본시리즈에서 2경기에 등판해 1승에 평균자책점 1.46으로 호투했다.

요미우리는 곤살레스에 이어 오비스포, 우쓰미 데쓰야 등을 잇따라 대기시킬 예정이다.

'KIA의 희망' 양현종은 일본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의 에이스급 선발진 3명과 1대 3으로 대결하며 '괴력'을 펼쳐보여야 할 상황을 맞았다.

(나가사키<일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