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보다 더 먼 거리죠."

캐나다 토론토에서 미국 레이크플래시드까지 이어진 김연아(19.고려대)의 '자동차 이동작전'에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송재형 물리치료사가 직접 운전사로 변신해 투입됐다.

12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의 한 호텔 앞에 두 대의 승용차가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앞서 도착한 자동차의 문이 열리고 김연아가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취재진의 시선이 김연아에게 쏠리는 동안 뒤차 운전석에서 조용히 내린 오서 코치와 김연아가 탄 승용차의 운전을 맡았던 송재형 씨는 서로 '수고했다'며 격려의 눈빛을 나눴다.

김연아는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13-16일) 출전을 앞두고 비행기가 아닌 승용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레이크플래시드에서 가장 가까운 올바니 공항이 220㎞나 떨어져 있어 비행기에서 내려 차로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해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직접 차로 이동하는 게 시간도 절약하고 컨디션 조절에도 좋다는 오서 코치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레이크플래시드까지 길을 아는 오서 코치 혼자 선도 차량에 탑승하고, 김연아와 김연아의 어머니, 매니저, 물리치료사가 다른 차에 타고 긴 여정에 나섰다.

총 이동거리는 560㎞. 평소대로라면 6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지만 '안전제일-컨디션 유지'를 목표로 휴게소에서 자주 쉬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특히 오서 코치는 지난 9월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치러졌던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때 제자인 라일리 맥컬로치 캐사르사(캐나다)와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며 길을 익혔던 터라 자신 있게 선도차량 운전사로 나섰다.

김연아의 편안한 육로 이동에는 스폰서 업체인 현대자동차도 한몫을 했다.

지난 5월 캐나다 판매법인을 통해 김연아에게 대형 SUV 베라크루즈를 제공했던 현대자동차는 최근 차량을 교체해줬고, 덕분에 김연아 일행은 새 차에서 안락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김연아는 긴 시간 동안 뒷자리에서 무엇을 했을까.

이에 김연아는 "음악도 듣고 얘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라며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지었다.

(레이크플래시드<미국 뉴욕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