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가 편안한 곳,선발로 뛸 수 있는 곳,월드시리즈에 또 나갈 수 있는 팀이라면 좋겠습니다. "

10일 새벽 귀국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36 · 필라델피아 필리스 · 사진)가 서울 역삼동의 자신이 설립한 피트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시즌에도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새 팀의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필라델피아와 1년간 기본 연봉 250만달러에 옵션을 포함,최대 500만달러를 받는 조건에 계약했던 박찬호는 올해 중간 투수로 맹활약,팀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그는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거나 자유계약선수(FA)로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박찬호는 미국프로야구 진출 1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뉴욕 양키스에 패해 챔피언 반지를 놓쳤다. 그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에 너무 아쉬워 며칠간 잠이 안 왔다"며 "6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는데 내 투구에 만족하고 아주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박찬호의 정규 시즌 성적은 3승3패 평균자책점 4.43에 그쳤으나 중간 계투로 2승2패에 평균자책점 2.52로 호투했다. 박찬호는 필리스 팬들이 한국사람처럼 정겹게 대해줬고 1~2닝을 잘 막는다는 뜻으로 '초퍼(chopper)'라는 새로운 별명도 붙여줬다고 소개했다. 강속구를 뿌린 비결에 대해서는 "부상에서 완쾌한 데다 체계적인 근력 훈련을 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딸만 둘인 박찬호는 아들만 둘인 메이저리그 타자 추신수(27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즌 중 가끔 통화했다면서 "추신수에게 '아들은 도대체 어떻게 낳는 거냐'고 물었더니 '술을 마셔라'는 답을 들었다"며 웃었다.

박찬호는 선발 투수에 대한 강한 의욕도 내비쳤다. 그는 "이기는 경기에 자주 등판하면서 스스로 강해진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한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선발에 매력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팀 마무리 투수(브래드 리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애리조나에서 마무리로 뛰었던 김병현이 떠올랐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고향인 충남 공주에 내려가 '박찬호 장학금' 전달식을 갖고,오는 20일 피트니스클럽 오픈 행사에도 참석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