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 · 미국)의 '라이벌'은 누구일까. 세계랭킹으로 보나,인기로 보나 '왼손잡이' 필 미켈슨(38 · 미국)일 것이다.

두 선수가 8일 중국 상하이의 쉬산인비테이셔널CC(파72)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총상금 700만달러)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로 맞대결을 펼쳤다. 세계랭킹 1,2위에 올라있는 두 선수가 지금까지 같은 조로 플레이한 것은 24차례였고,4라운드에서 같은 조로 플레이한 것은 7차례였다. 지난 4월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도 두 선수는 마지막날 같은 조에 편성돼 많은 갤러리들을 몰고 다녔다. 그런데 최종일 챔피언조로 플레이한 것은 '도랄의 결투'로 불리는 2005년 포드챔피언십 이후 이번이 두 번째였다. 당시 3라운드까지 미켈슨이 2타 앞섰으나 1타차로 역전패한 바 있다. 4년 만에 우승컵을 앞에 두고 중국에서 만난 두 선수는 라이벌답게 양보 없는 일전을 벌였다.

짧은 파4홀인 16번홀(길이 263m)에서 두 선수는 버디 대신 기막힌 파세이브로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았다. '1온'을 노린 두 선수의 티샷은 그린 왼편 러프에 떨어졌다. 먼저 미켈슨이 로브샷을 시도했으나 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세계 톱랭커에게서 좀처럼 보기힘든,'헛친' 장면이었다. 헛쳐도 칠 의사를 가지고 스윙했으므로 1타로 친다. 미켈슨은 세 번째샷을 굴려 홀 5m 지점에 갖다놓은 뒤 쉽지 않은 파세이브 퍼트를 성공했다. 미켈슨의 실수를 곁에서 지켜본 우즈는 두 번째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다. 우즈 역시 1.5m 거리의 파세이브 퍼트를 성공,장군멍군을 불렀다.

미켈슨은 길이 174m짜리 파3홀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티샷을 홀 옆 2m에 떨군 뒤 버디퍼트를 성공하며,우즈와 격차를 4타로 벌린 것.미켈슨(합계 17언더파 271타)은 이번 우승으로 우즈(5위-12언더파 276타)와 역대 맞대결 전적을 9승4무12패로 조금 끌어올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