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한테 아빠를 빼앗길 것 같아요. (아빠는) 언니와 호흡이 더 잘 맞아요(웃음)."

올 시즌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2부(드림)투어 상금왕인 조윤지(18 · 캘러웨이 · 사진)는 2대에 걸친 스포츠 가문 출신이다. 그는 프로야구 삼성 감독 대행과 경북고 감독을 역임한 조창수씨(60)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의 주역 조혜정씨(56)의 둘째 딸이다. 친언니 조윤희(27 · 상금랭킹 16위)와 형부 김현진(28 · 랭킹 88위)은 각각 KLPGA와 KPGA투어에서 프로골퍼로 활동 중이며,조창수씨는 조윤희의 캐디를 보고 있다.

스타 스포츠가족의 피를 이어받아 프로데뷔 첫해에 일을 낸 조윤지는 강원도 원주 육민관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4년 골프에 입문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언니 때문에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하게 됐어요. 취미로 즐기다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고요. "

2008년 건국대총장배 주니어골프대회 우승 등 아마추어 대회에서 승수를 쌓으며 주목받았다. 특히 올해 KLPGA 준회원으로 입문,드림투어 7차 및 13차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샷은 드라이버다. 270야드 정도를 '똑바로 멀리' 보낸다. 올해 OB는 한 번 냈고 러프에서 친 기억도 많지 않단다. 그는 "스위트 스폿에 맞으면 멀리 간다"면서 "거리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2부투어 상금 순위 1위인 데도 퍼트는 40위권이다. 조윤지는 "주변에서 샷으로 먹고사느냐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래도 연초 퍼트 순위 70위에서 30계단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에 500개의 볼(3시간)을 치고 퍼트 연습에도 3시간 정도 할애한다.

그는 라운드를 하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이 감지된다고 했다. 그때 흐름을 잘 타야 우승으로 연결된다는 것.그게 우승으로 가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골프에 끌려다니면 안 돼요. 흐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때로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도 필요하죠."

대회의 중압감에 따른 스트레스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거나 수다를 떨면서 푼다. 그는 2부투어 상금랭킹 3위까지 주어지는 정규투어 풀시드를 확보,내년엔 KLPGA투어에서 뛴다. 2부투어 상금왕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1승을 거두는 게 내년 목표다. 특히 모든 골프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은 게 바람이다. 또 내년 언니와의 라운드가 벌써부터 기대된단다. "언니와 같은 조에서 라운드할 기회도 생길 거예요. 그럼 언니가 무너질 것 같다고 얘기해요. 동생을 챙겨야 하니까요(웃음)."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