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림자, 스타선수 유인책 절실

2009 한국프로골프(KPGA) 시즌이 1일 SBS동부화재프로미 군산C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한중투어 인비테이셔널 1차 대회로 시작한 이번 시즌은 배상문(23.키움증권)이 국내 1인자자리를 확고히 한 시즌이었다.

배상문은 메이저대회인 한국오픈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특히 배상문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이시카와 료(일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출전한 한국오픈에서 당당히 경쟁하며 우승 상금 3억원을 거머쥐어 상금왕을 일찌감치 확정지었고 세계무대에 나가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배상문은 또 발렌타인 대상과 최저타수왕, 공동 다승왕도 차지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와 함께 김대현(21.하이트)은 300야드가 넘는 비거리를 앞세워 지난 9월 한중투어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새별로 떠올랐다.

비록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해 다잡았던 우승을 몇차례 날려버기리도 했지만 김대현의 급부상은 올 시즌 대회마다 승부를 박진감 넘치게 만들었다.

여기다 김대섭(28.삼화저축은행)도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 SBS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 우승하며 상금 랭킹 2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고 새로운 꽃미남 박상현(26.앙드레김골프)과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도 2승을 올리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몰아닥친 경제 불황은 한국골프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19개 대회가 열렸던 지난 해에 비해 올해는 4개 대회가 줄어든 15개 대회가 개최돼 경제 불황을 실감해야 했다.

경제 불황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줘야 할 기업들의 지갑을 굳게 닫게 만들었고 KPGA로서는 가장 성대하게 치러야 할 KPGA선수권대회도 기존 금호아시아나오픈으로 대체하는 궁여지책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프로골프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경제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체 대회 규모를 줄인 마당에 한국프로골프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프로골프의 규모 축소는 국내 정상급 선수들의 해외 유출이라는 후유증을 만들었다.

지난 해 한국프로골프 대상 수상자인 김형성(29.삼화저축은행)은 일본프로골프투어 출전권을 따내면서 올해 KPGA 투어에는 5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작년 신인왕 강성훈(22.신한은행)을 비롯해 상금 랭킹 상위권에 올랐던 김형태(33.테일러메이드), 허인회(22) 등도 일본 무대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활동 무대를 한국과 일본으로 분산시켰다.

이 때문에 국내 대회가 일본 대회 일정과 겹치면 디펜딩 챔피언이 국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 정상급 선수들간 불꽃튀는 샷 대결을 바라는 국내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 배상문과 김대현은 내년 시즌 일본이나 아시아투어에 눈을 돌려 더 큰 무대인 PGA 투어로 가는 발판을 삼을 예정이고 김대섭은 올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해 당분간 국내 대회에 설 수 없다.

자칫하면 올 시즌 맹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내년에는 국내대회에서 그 모습을 보기 힘든 상황이 일어날 판이다.

이같은 위기 속에 KPGA는 외국 투어와 함께 대회를 열어 판을 키워 보자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PGA는 한국에서 열리는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한국 출전 선수를 늘려 KPGA 정규 투어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KPGA 규정은 KPGA 소속 선수 60명 이상이 출전해야 정규투어로 인정하는데 40명 이상만 나가도 정규투어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성기욱 KPGA 부회장은 "이같은 개정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고 발렌타인 챔피언십 주최측과 협의가 이뤄진다면 이 대회의 상금 등 각종 기록이 국내 투어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부터 일본, 호주, 중국이 참가하는 새로운 지역 대회 `원아시아 투어'가 출범해 내년부터 KPGA 선수들이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지역의 선두 주자 일본이 아직도 원아시아 투어의 적극적인 참가를 꺼리고 있고 새로운 투어 출범에 반대하는 아시아투어의 견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KPGA 관계자는 "원아시아 투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아시아투어나 원아시아 투어에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