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는 선수,갤러리,골프장이 잘 조화돼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골프대회는 종종 갤러리를 소홀히 '대접'한다. 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하나은행 · 코오롱챔피언십'도 마찬가지였다.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Security'라고 적힌 검은 복장 차림의 진행요원들이 갤러리들을 일일이 검문하다시피 했다. 주차증을 확인하는 절차였지만 '꼭 저렇게 위압적으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과정에서 갤러리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3일 내내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정작 경기진행은 미숙하게 해 갤러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두권 선수로 이뤄진 챔피언조와 유명선수가 포함된 조에는 대거 동원된 진행요원들이 오히려 골칫거리가 됐다. 신지애는 "갤러리들이 사진촬영을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샷을 하려는 데 진행요원들이 움직여 오히려 그들이 방해가 되는 일이 잦았다"고 꼬집었다.

2라운드가 열린 지난달 31일에는 강풍에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마땅히 비를 피할 만한 곳이 없었던 갤러리들은 애를 먹었다. 대회 기간 비가 예보됐었는데도 대회 운영을 맡은 '세마' 측이 우산이나 비옷을 준비하지 않은 탓이다. 모두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인근 대형마트에서 부랴부랴 우산을 사왔지만,갤러리들 옷은 이미 젖은 뒤였다.

비싼 입장료와 '클럽피팅 카'(투어밴) 없는 대회도 도마에 올랐다. 2,3라운드 입장권 요금은 4만원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왕복이용료(1만4800원)를 보태면 웬만한 뮤지컬 한편 보는 것과 맞먹는다.

한 갤러리는 "국내 대회는 무료입장이 기본이고 퍼트대회 등 각종 이벤트와 어린이 놀이공간을 마련한다"며 "비싼 돈 내고 들어온 갤러리는 안중에 없고 광고판만 즐비해 돈벌이에 급급한 것 아니냐"고 일침을 놓았다. 또 캘러웨이,투어스테이지,타이틀리스트 등에서 선수들을 위해 피팅 카를 대회장에 대기시키려 했으나 협찬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국내 유일의 미LPGA투어 대회가 피팅 카 없이 치러진 '기형'을 연출하고 만것이다.

이번 대회는 신지애,로레나 오초아,크리스티 커 등 세계적 선수들이 출전하고 상금도 많아 큰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만 돈벌이라는 잿밥에 더 신경을 쓰고,갤러리나 선수들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대회가 되고 말았다.

영종도=김진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