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축구가 2009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16강 진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0일(한국시간) 나이지리아 카두나의 아마두 벨로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김진수(신갈고)가 페널티킥 선제골을 뽑았으나 후반 들어 연속골을 허용하며 이탈리아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27일 개막전에서 우루과이를 3-1로 완파했던 한국은 1승1패를 기록해 11월2일 열릴 알제리와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16강 진출을 노리게 됐다.

반면 이탈리아는 2연승 행진으로 아르헨티나(A조)와 스위스(B조), 터키(D조)에 이어 네 번째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F조의 우루과이와 알제리는 1패씩을 기록 중이고 맞대결을 벌인다.

이번 대회까지 총 12차례 열린 U-17 월드컵에서 세 차례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이 지난 1987년 캐나다 대회 8강에서 뼈아픈 0-2 패배를 안겼던 이탈리아에 또 한 번 발목을 잡혔다.

선배들을 대신해 22년 만에 설욕하려는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초반부터 매서운 공세로 이탈리아를 몰아붙였다.

한국은 `광양의 루니' 이종호(광양제철고)를 4-3-3 포메이션의 원톱으로 내세워 이탈리아의 문전을 위협했다.

경기 시작 7분여 김진수(신갈고)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고 나서 왼발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주자 페널티지역 중앙에 도사리던 이종호가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정시시킨 뒤 논스톱으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공은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득점 기회를 놓친 아쉬운 `골대 불운'이었다.

이어진 공세에서 안진범(부경고)의 왼발 슈팅은 공중으로 떴다.

한국은 전반 11분 이민수(문성고)가 상대 공격수 지아코모 베레타를 놓치면서 오른발 슈팅을 허용했으나 다행히 공이 왼쪽 골대를 벗어났다.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은 전반 13분에는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김진수가 왼발로 강하게 찼지만 골키퍼 마티아 페린이 간신히 펀칭했고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한국은 전반 24분에도 이종호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으나 압도적인 공격 우위 속에 상대 수비수의 실책에 편승해 귀중한 선제골을 얻어냈다.

전반 30분 한국이 공격하는 과정에서 윤일록(진주고)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이를 걷어내려던 이탈리아 수비수 빈센조 카밀레리가 핸드볼 파울을 했다.

페널티킥을 얻은 한국은 `캡틴' 김진수가 키커로 나섰고 김진수는 침착하게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페린이 공의 방향을 읽고 몸을 던져 봤지만 총알 같은 빠른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반 슈팅수 9-4, 유효 슈팅수 5-1로 앞선 한국은 1-0 리드로 후반을 맞았지만 이탈리아의 거센 반격에 휘말렸다.

이탈리아는 페널티킥을 허용했던 카밀레리와 알레산드로 데베티스를 빼고 페데리코 만니니와 미드필더 알레산드로 시알피를 교체 투입해 변화를 줬다.

공세의 수위를 높인 이탈리아는 후반 11분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미첼레 캄포레세가 헤딩골로 골문을 갈랐다.

수비수 뒤에 도사리던 186㎝의 장신 캄포레세를 무방비로 놔둔 게 아쉬웠다.

기세가 오른 이탈리아는 5분 후 피에트로 이에멜로가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뽑아 전세를 2-1로 뒤집었다.

역전을 당한 한국은 손홍민 대신 개인기가 좋은 이강(재현고), 윤일록 대신 김동진(안동고)을 교체 투입해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몇 차례 슈팅도 골대를 외면했다.

이에 맞선 이탈리아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후반 34분 두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김진영(이리고)이 잇단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한국은 후반 36분 후방에서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이강이 오른쪽 페널티지역을 달려들며 오른발로 밀어찼지만 공은 반대편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절호의 기회였으나 슈팅은 동점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