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오은선(43.블랙야크)씨의 안나푸르나(8천91m) 등정 중단으로 여성산악인들간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첫 완등 경쟁은 일단 올해는 막을 내렸다.

히말라야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기상이 악화돼 사실상 정상적 등반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뜨거운 경쟁의 열기가 그리 오랫동안 식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제 2라운드'가 시작될 전망이다.

기싸움도 벌써 시작됐다.

포문은 스페인의 에드루네 파사반(36)이 먼저 열었다.

8천m 14좌 완등에 안나푸르나와 시샤팡마(8천27m) 두 개만을 남겨둔 파사반은 최근 고국 스페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봄 안나푸르나 등정에 틀림없이 도전할 것"이라면서 "봄이 지나기 전에 시샤팡마에 도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4~5월에 남은 두 봉우리에 모두 오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 등정을 함께 하는 그의 동료는 "안나푸르나를 오른 뒤 바로 시샤팡마에 도전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역시 8천m 14좌 완등에 에베레스트(8천848m)와 K2(8천611m) 두 개를 남겨둔 오스트리아의 게를린데 칼렌브루너도 "내년 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도전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고 파사반은 전했다.

올해만 8천m급 4개 봉우리에 거침없이 오른 추세를 감안할 때 오씨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여성산악인 최초 8천m 14좌 완등' 경쟁이 오씨의 안나푸르나 등정 실패로 다시 불투명해진 셈이다.

물론 오씨는 안나푸르나만 남겨둔 만큼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나푸르나의 기상 조건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만큼, 오씨가 가장 먼저 기록을 달성하리라고 100%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체로 매년 5월 초 히말라야에 올랐던 오씨의 등정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원업체인 블랙야크 관계자는 "3월 초에 출발하면 4월 중순께에는 등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구체적 등정 일정은 오은선 대장이 31일 새벽 귀국한 뒤 결정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