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농구에서는 적지 않은 외국인선수가 시즌 시작 일주일도 채 안 돼 짐을 싸서 귀국길에 올랐다.

애초 7월 드래프트 당시에는 팀 전력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격에 흠이 있거나 실제 뛰어보니 `함량 미달'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계약 선수 3명을 제외하고 애초 드래프트에서 뽑았던 17명 중 4명(24%)이 이미 퇴출됐다.

울산 모비스는 21일 압둘라히 쿠소(201㎝)를 내보내기로 했다.

쿠소는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22분을 뛰면서 6득점에 리바운드 7개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쿠소가 8월 중순부터 한 달간 이슬람교 전통 의식인 라마단을 지키느라 단식을 한 것이 체력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KT는 시즌 시작 전 이미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았던 스팀스마(207.3㎝)의 기량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외국인 교체 횟수 2회 가운데 1회를 소진하면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인 전주 KCC 역시 시즌 시작 전인 지난 6일 맥 턱을 내보냈다.

무릎 부상 여파로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인 것이 이유였다.

서울 삼성은 브라이언 매튜스가 2007년 호주 리그에서 뛸 당시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던 것으로 확인되자, 드래프트를 치른 지 한 달도 채 안 돼 일찌감치 매튜스를 내보냈다.

이와 함께 원주 동부도 높이의 약점을 메우려고 게리 윌킨슨(201.8㎝)의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희 감독은 20일 창원 LG와 경기에서 패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2007-2008 시즌 서울 SK에서 뛰었던) 자시 클라인허드를 보고 있지만, 아직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아 고민 중"이라면서도 "높이에 보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해 교체를 시사했다.

이날 동부는 LG에 리바운드에서 26-42개로 압도적으로 밀리면서 2연승 뒤 첫 패배를 당했다.

3연승으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창원 LG도 크레익 브래드쇼(205㎝)를 교체하기 위해 새로운 외국인선수 가브리엘 휴즈(29.210㎝)를 현재 국내로 데려와 테스트 중이다.

휴즈는 미국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헝가리, 이집트 리그 등에서 활약했다.

강을준 LG 감독은 "브래드쇼가 발목 부상이 심한데다 기량도 미달해 교체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퇴출당한 외국인선수의 자리는 한국 무대에서 뛰면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이 대신하고 있다.

쿠소 대신 모비스가 영입한 애런 헤인즈(201㎝)나 스팀스마의 자리를 꿰찬 KT의 도널드 리틀(207㎝), 맥 턱 대신 KCC에 들어온 아이반 존슨(200.3㎝) 그리고 매튜스를 대신한 삼성의 빅터 토마스(199㎝)가 모드 이런 경우다.

다만 LG가 교체 대상에 올린 휴즈는 한국 무대 경험이 없다.

한국 또는 다른 나라 리그에서 어느 정도 검증은 받은 선수들이지만 기대만큼의 활약하느냐에 따라 이들 역시 `단명'하느냐 `롱런'하느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프로의 세계는 그만큼 냉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