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남자 쇼트트랙 3관왕에 빛나는 이승훈(21.한국체대)이 쇼트트랙을 접고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선수로 변신해 태극마크까지 따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제44회 전국남녀 종목별 빙상선수권대회 겸 2009-2010 월드컵 파견 선수 선발대회 첫날 남자부 5,000m 출전선수 명단에 낯익은 이름이 올라왔다.

2005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때 '대표팀 막내'로 출전해 1,500m와 3,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 쇼트트랙 세대교체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지난 시즌까지 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베테랑 최근원(의정부시청)과 나란히 출발선에 섰다.

출발신호와 함께 빙판을 미끄러져 나간 이승훈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6분48초00의 기록으로 최근원(6분51초81)보다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승훈은 특히 최근원이 2006년 세웠던 대회 기록(6분49초78)를 무려 1초78이나 앞당기는 신기록으로 태극마크의 주인공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던 이승훈은 중학교 때 쇼트트랙으로 전환, 주니어 대표를 거쳐 시니어 대표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지난 2월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 4월 대표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놓친 이승훈은 고심 끝에 '올림픽의 꿈'을 되살리려고 스피드스케이팅 재전향을 선언, 지난 7월 캘거리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을 가다듬었다.

5,000m에서 우승하며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 출전자격을 얻은 이승훈의 2차 목표는 밴쿠버행 티켓을 확보하는 것. 동계올림픽 예선대회인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5차 대회 5,000m 종목에서 전체 24위 이내에 들어야만 올림픽 출전의 꿈을 완성할 수 있다.

이승훈의 변신을 지켜본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캘거리 전훈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기록은 물론 느낌도 좋았다"라며 "최근에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코스레코드도 세웠을 정도로 기량 발전 속도가 빠르다"라고 칭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