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 4안타 4타점..김상현 빛바랜 3점포

먼저 두 판을 내준 비룡 군단이 안방에서 반격에 나서며 한숨을 돌렸다.

3년 연속 챔피언에 도전하는 SK 와이번스는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에서 '플레이오프 MVP' 박정권이 2점 홈런을 포함해 4안타 4타점을 올리고 선발 게리 글로버가 4⅔이닝 무안타 호투를 펼친 데 힘입어 정규시즌 홈런왕 김상현이 3점포로 맞선 KIA 타이거즈를 11-6으로 제압했다.

빛고을 광주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패한 SK는 시리즈 전적을 1승2패로 만들어 대역전의 단초를 마련했다.

1,2차전 패배팀의 한국시리즈 역전 우승 확률은 8.3%(12번 중 1번)에 불과해 SK는 여전히 불리하다.

SK는 200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2패 뒤 4연승했다.

딱 한 번의 예외였다.

연승 무드를 타고 인천에 상륙한 KIA는 타선이 내내 침묵하다 막판에야 터진 게 아쉬웠다.

경기 시작 전 '모든 기운이 타이거즈를 감싸고 있다'고 말한 조범현 KIA 감독은 여유가 있었고, 'KIA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못해서 졌다'는 김성근 SK 감독은 초조해 보였다.

응집력이 떨어져 불만인 두 사령탑은 타선을 바꿔 승부수를 걸었다.

SK는 의도대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반면 KIA는 종반까지 아예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SK는 1회말 좌중간 2루타를 때리고 나간 박재상을 박정권이 좌전안타로 불러들여 가볍게 선취점을 냈다.

하지만 추가 득점 기회에서 김재현의 꽉 막힌 2루수 직선타구에 박정권이 섣불리 스타트를 끊었다가 더블 아웃돼 찬스를 날렸다.

SK는 2회에도 1점 더했지만 역시 아쉬웠다.

6번까지 올라온 안방마님 정상호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자 볼넷으로 나가있던 최정이 홈을 찍었다.

이어 박재홍의 번트가 야수선택이 되면서 무사 1,3루 기회가 왔다.

그러나 다음타자 나주환이 파울플라이로 아웃돼 점수를 내지 못했다.

이 때 비가 쏟아져 경기가 8분간 중단됐다.

KIA는 빗줄기가 가늘어져 경기가 재개된 뒤 계속된 위기를 넘겼다.

자칫 흐름이 KIA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SK는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글로버는 3회까지 타자 9명을 삼진 4개를 포함해 퍼펙트로 묶었다.

SK는 3회 다시 폭발했고 주인공은 '천하장사' 박정권이었다.

박정권은 무사 1루에서 구톰슨의 5구째 136㎞짜리 컷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떨어지자 힘껏 밀어쳐 왼쪽 펜스를 넘겨버렸다.

한국시리즈 첫 홈런이자 올 가을잔치 4번째 아치.
KIA 막강 마운드를 이끌어온 주축인 구톰슨은 이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2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
KIA의 바뀐 투수 서재응은 4회 정근우와 언쟁을 벌여 양팀 선수단이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는 신경전을 촉발했다.

서재응은 5회에도 흥분을 가라앉지 못하고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최정, 정상호에게 연속으로 몸에 맞는 볼을 던져 2점을 더 헌납했다.

SK는 5회 안타 3개와 볼넷.사구 3개를 묶어 4점을 쓸어담아 승부를 갈랐다.

시속 150㎞의 묵직한 직구와 130㎞대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어던진 글로버는 5회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기고 내려갔지만 4⅔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고, 마운드를 이어받은 좌완 이승호가 2⅓이닝을 1점으로 잘 막아 승리를 챙겼다.

7회 1사까지 노히트로 막혀있던 KIA는 새내기 안치홍이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고 나간 뒤 이현곤의 안타와 상대 실책에 3루까지 갔고 이승호의 폭투로 홈을 밟았다.

KIA는 8회 무사 1,2루에서 김상현이 바뀐 투수 고효준의 한 가운데 커브를 시원하게 걷어올려 좌중간 스탠드에 떨어지는 비거리 125m짜리 3점 홈런을 날렸지만 때가 늦어 빛이 바랬다.

SK는 8회말 조동화가 솔로홈런을 쏘는 등 KIA 계투진을 두들겨 3점을 더 뽑아냈다.

5타수 4안타에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한 박정권은 경기 MVP에 뽑혔다.

KIA는 9회초에도 이종범, 최희섭, 김상현이 연속 안타를 때리며 2점을 만회, 4차전을 기약했다.

양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20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인천연합뉴스) 옥 철 김영현 장현구 박성진 기자 oakchul@yna.co.krcool@yna.co.krcany9900@yna.co.kr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