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대회 일정과 장거리 이동 등 힘든 미국LPGA투어 생활 때문인지 신지애(21 · 미래에셋 · 사진)는 1년 새 더욱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시즌 초 정한 '1승,신인왕,나만의 경기 하기' 등 세 가지 목표 중 두 가지는 사실상 달성했다. 시즌 3승을 거둔데다 신인왕은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편안하게 즐기면서 투어에 임하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주 하이트컵챔피언십에서 만난 신지애는 "2006년 프로가 된 이후 많은 대회를 뛰면서 원하는 것을 대부분 이뤘지만 부담감과 피로도 그만큼 많이 쌓인 것 같다"며 "내년에는 좀 더 여유있는 투어 생활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루키'로서 미국 투어는 어떠했는가.

"언니들이 1년 새 많이 나이들어 보인다고 해요. 철 들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요. 2007년과 지난해 각각 33개,37개 대회에 참가했고 올해도 34개 대회에 출전할 것 같아요. 올해는 '루키'여서 신경을 더 썼지만 내년에는 스케줄을 조정할 생각입니다. 투어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이동'이죠.짐을 여럿 들고 매주 대회 장소를 옮겨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친구들은 많아졌어요. 모건 프레셀,수잔 페테르센 같은 외국 선수와도 친하죠."

▼샷 거리가 줄었다는데.

"드라이버샷 거리가 약 220m(약 240야드)로 지난해에 비해 좀 줄었어요. 그래도 페어웨이는 안놓치죠.지난해 145m 나가던 7번 아이언도 130m로 '한 클럽 반' 정도 짧아졌어요. 몇년간 피로가 누적된 데다 빡빡한 스케줄 탓에 연습량이 줄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내년 초 호주에서 6주간 동계훈련을 할 계획이에요. 지난 3년간은 밸런스 운동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에는 힘을 키울 생각이에요. "

▼우승자와 나머지 선수의 차이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같아요. 물론 '퍼트를 넣으면 우승,못 넣어도 우승'이라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승 경험이 늘어가면서 18개홀 중 결정적으로 중요한 샷이라는 느낌이 와요. 그때는 더욱 집중하고 그런 과정들이 쌓여서 '파이널 퀸'이 되는 것 같아요. "

▼자신의 연습비법이 있나.

"연습 시간의 90%가량을 클럽 하나(특히 쇼트 아이언)에 할애해요. 임팩트가 일정하게 느껴질 때까지 치죠.그 덕분인지 올해 어프로치샷이 좋아졌어요. 특히 잔디가 길고 억센 러프에서 어프로치샷이 잘 돼요. "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경쟁이 치열한데.

"6월 '웨그먼스LPGA' 우승 후 상금랭킹 1위에 올랐어요.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부담이 돼 다소 부진했는데 지금은 그때와 다른 느낌입니다. 여전히 박빙이긴 한데 좀 더 여유를 가지려고 해요. 한국 선수 중 누구도 두 타이틀을 동시에 차지하지 못했어요. 당연히 욕심이 나죠."

▼미국에 집을 샀다고 들었는데.

"애틀랜타(조지아주)에 집을 마련했어요. 그동안 아버지가 한국과 미국을 오갔는데 연말 막내 동생을 제외하고 온 가족이 그곳에서 합칠 겁니다. "

▼골프가 올림픽 종목이 됐는데.

"7년 후인 2016올림픽 때는 '노장'이 될 터인데요. 한 · 일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한데 올림픽에 태극기 달고 나가면 큰 자부심을 느낄 겁니다. 쟁쟁한 후배들이 많겠지만 기회가 되면 출전하고 싶어요. "

▼앞으로의 일정은.

"하나은행 · 코오롱챔피언십과 미즈노클래식에 나간 뒤 멕시코에서 열리는 오초아인비테이셔널에도 참가할 듯해요. 물론 12월 초 한 · 일전에도 출전합니다. 지금 JLPGA투어 상금랭킹이 46위에요. 내년 시드를 유지하려면 50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그래도 4개 대회에 나가서 46위면 잘 한 것 아닌가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