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조명탑, 관중의 손 등 갖가지 돌출 변수에 의해 명암이 엇갈린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폭우라는 마지막 변수를 만났다.

1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은 경기 시작 무렵 내린 비가 폭우로 돌변하면서 두산의 2회초 공격 때 중단돼 결국 노게임이 선언됐다.

포스트시즌에서 노게임이 나오기는 1998년 LG와 삼성이 맞붙은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LG가 4-3으로 앞서던 4회 비로 게임이 중단됐다.

경기가 순연되기는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11번째다.

이날 2회 김현수가 우월 솔로포를 터뜨려 기선을 잡았던 두산이나 시리즈에서 2패 후 2연승을 거둬 상승세를 탔던 SK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
특히 하루 쉬고 열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미리 짰던 투수 운용 전략도 뒤죽박죽 되면서 양팀 사령탑의 표정이 절대 밝지 않았다.

김성근 SK 감독은 경기가 취소된 뒤 "피차 마찬가지 아니냐"면서도 "다만 두산이 투수 운영 면에서 유리할 것 같다.

우리 팀의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겠다.

선발투수 채병용이 몇 회까지 던져줄지가 문제"라며 신중론을 폈다.

김 감독은 이어 "KIA가 좋을 수도 있으나 야구란 알 수 없는 것이다.

KIA가 유리해보여도 이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를 하면 오히려 우리나 두산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승2패로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였던 양팀 선수단도 난데없는 비에 긴장감이 한풀 꺾인 게 사실.
다만 2차전부터 힘겹게 계투전을 펴온 만큼 임태훈과 고창성(이상 두산), 이승호와 고효준(이상 SK) 등 불펜의 핵심 요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한숨을 돌렸다.

불펜의 집단 휴식이 14일 마지막 승부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일정이 하루 늘어나면서 1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한국시리즈 스케줄도 하루씩 밀렸다.

그러나 16일에도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리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나와 일정이 또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전국체전 개막일인 20일 아예 경기를 하지 않기로 비워뒀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를 무시하고 새로 일정을 짜기로 방침을 정했다.

차분히 상대팀을 기다렸던 KIA도 투수와 타자들의 컨디션을 새로 조정하는 데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비로 순연돼 17일~18일 1,2차전이 열린다면 모두 낮경기를 치러야 해 준비할 게 많다.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