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이번스와 두산베어스 간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햄버거를 사러 버거킹 매장에 들른 김주희씨(25 · 서울 자양동)는 순간 당황했다. 동네 버거킹에서 6300원이면 사는 '와퍼세트'를 600원(9.5%) 비싼 6900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김씨는 "햄버거를 사러 야구장을 나갈 수도 없어 그냥 사먹었지만 다음부턴 밖에서 사가지고 들어와야겠다"고 말했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이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잠실야구장에는 버거킹과 KFC,GS25 등 3개 업체만 입점해 있다. 이곳에서 파는 패스트푸드나 안주거리를 야구장 밖 매장과 비교하면 최고 10%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GS25에선 머거본 '꿀땅콩'(2700원) '믹스너트캔'(4500원) '후렌치후라이드캔'(4500원)이 한결같이 시중 편의점보다 11.1%씩 비싸다. 또 버거킹 와퍼주니어세트는 야구장 내 가격(4900원)이 시중에 비해 8% 이상, KFC의 '타워버거'(4300원)와 '징거버거'(3300원)도 6~7%가량 높다.

이에 대해 입점업체들은 프로야구 시즌 중에만 영업이 이뤄지는 '특수성'을 강조한다. 버거킹 · KFC를 운영하는 두산계열 SRS코리아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4~10월에만 열리지만 매장 계약은 연중으로 맺어 경기가 없을 때도 임대료를 내는 상황"이라며 "시즌 중에 스키장 음식값이 비싼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GS25 관계자는 "계산 편의를 위해 끝자리를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맞추다 보니 다소 가격이 올라갔지만 야구시즌이 지나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실야구장 운영본부 측과 맺은 계약내용을 보면 이들 업체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SRS코리아의 경우 야구장 운영본부 측에 연간 1억2000만원의 선납금과 함께 매월 순매출액의 10%를 임대 수수료로 지급한다. 그러나 야구경기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에는 매출이 없는 대신 월별 임대수수료도 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 시중가격(정상유통가격)과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계약서상 의무조항도 어기는 것이다.

박민구 프랜차이즈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이같은 임대료 조건을 볼 때 '한철장사'라는 업체들의 변명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야구장은 별도 영업을 하지 않아도 독점적인 판매가 가능한 곳인데 더 비싸게 파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유현/김주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