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결승 2루타..연이틀 SK 격파

정규시즌 3위 두산 베어스가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를 연파하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

두산은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1-1로 맞선 8회초 2사 3루에서 이종욱이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를 터트리고 고영민이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쏘아올려 SK를 4-1로 제압했다.

두산은 9월30일 롯데 자이언츠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올해 가을잔치 5연승을 질주했다.

적지에서 1,2차전 승리를 쓸어담은 두산은 남은 3경기 중 한 판만 이겨도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

3차전은 장소를 옮겨 10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두산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SK에 설욕하면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 정규시즌 1위 KIA 타이거즈와 패권을 다투게 된다.

역대 19차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거둔 팀이 한국시리즈에 나가지 못한 경우는 1996년 딱 한 번뿐이었다.

당시 쌍방울은 2승을 먼저 올리고도 현대에 3연패했다.

3년 연속 챔피언에 도전하는 SK는 정규시즌 막판 19연승을 올린 상승세를 살리지 못하고 안방에서 내리 두 번 무너져 벼랑 끝에 몰렸다.

난타전이 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용병 어깨 대결을 벌인 양팀 선발 투수 카도쿠라 켄(SK)과 후안 세데뇨(두산)는 올 시즌 둘 다 상대팀에 약했다.

그러나 1회초 두산이 1점 먼저 뽑아낸 뒤로는 팽팽한 O의 행렬이 이어졌다.

두산은 발야구로 선취점을 냈다.

톱타자 이종욱이 내야안타를 치고 1루에 머리부터 슬라이딩해 살았고 1사 후엔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이종욱은 SK 안방마님 정상호의 송구가 2루 뒤쪽으로 흐른 사이 3루까지 내달렸고 김현수의 후속 내야땅볼에 홈을 찍었다.

이종욱의 과감한 베이스 러닝이 돋보인 장면이었고 SK로선 뼈아픈 송구 실책이었다.

일본에서 76승을 올린 노장 카도쿠라는 직구 구속을 150㎞까지 찍을 정도로 위력이 있었고 특히 예리하게 꺾이는 포크볼이 강렬했다.

김성근 SK 감독이 플레이오프의 열쇠를 쥔 투수로 지목한 이유가 있었다.

2회부터 내리 네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4회에는 김현수, 김동주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카도쿠라는 6⅓이닝 동안 단 3피안타, 7탈삼진으로 호투했고 1점 내줬지만 자책점은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트리플A도 밟아보지 못한 세데뇨도 국내 무대에 온 이후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스리쿼터형 투구폼으로 낙차 큰 120㎞대 커브를 뿌리자 SK 타자들은 연방 헛손질을 해댔다.

5이닝에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왔다.

마음이 급한 SK는 도루 움직임이 두산 배터리에 간파당하고 번트 실패 후 병살타가 나오는 등 잇단 작전 실패로 고전했다.

0-1로 6회 2사2루에서 김성근 감독은 대타 김재현을 내보내 승부수를 띄웠다.

전날처럼 김경문 두산 감독이 특유의 뚝심으로 맞불을 놓았다.

2007,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아픈 기억이 있는 임태훈을 마운드에 올려 김재현을 2루 땅볼로 잡고 불을 껐다.

그러나 SK는 7회말 박정권이 임태훈과 9구 승부 끝에 오른쪽 담을 훌쩍 넘기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트려 1-1 균형을 맞췄다.

박정권은 1차전에 이어 임태훈에게서 이틀 연속 홈런을 빼앗았다.

승부는 결국 8회에 갈렸다.

돌파구는 새내기 정수빈이 뚫었다.

투아웃 이후 볼넷을 골라나간 정수빈은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폭투에 편승해 3루까지 내달았다.

이날의 히어로 이종욱은 SK 좌완 구원투수 정우람이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정규시즌에는 안타를 쳐보지 못했던 정우람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6구를 제대로 당겨쳐 우중간을 뚫었다.

정수빈이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이어 등장한 고영민은 정우람의 체인지업을 노려쳐 좌중간 스탠드에 떨어지는 120m짜리 2점 아치를 그렸다.

고영민은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고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두산은 세데뇨, 정재훈, 임태훈에 이어 9회 이용찬과 고창성을 잇따라 올려 승리를 지켰다.

2⅓이닝 1실점한 임태훈은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따냈고 9회 2사 1,2루 위기에 등판한 고창성은 첫 세이브를 올렸다.

SK는 믿었던 방망이가 박정권의 홈런 외에는 이렇다 할 공세 한 번 펼치지 못한 채 무력하게 주저앉았다.

'2차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배수진을 친 김성근 감독이 승부수로 던진 타순 변화도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인천연합뉴스) 옥 철 김영현 장현구 고동욱 기자 oakchul@yna.co.krcool@yna.co.krcany9900@yna.co.kr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