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싸움대회 19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범이'(사진)가 전설로 남게 됐다.

'범이'는 지난 4일 오후 경남 의령군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 경기장에서 은퇴식을 갖고 12년간 누벼온 소싸움판을 떠났다. '범이'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 3일 의령에서 열린 제6회 추석맞이 의령소싸움대회.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범이'는 한판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범이'와 고락을 함께 해온 주인 하영효씨(71)는 "이 지구상에서 이처럼 센 놈은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은퇴 후에도) 잘 먹이고 소중하게 돌보다 생명이 다하면 내 무덤과 마주 보는 곳에 묻어주겠다"고 말했다.

'범이'와 하씨가 처음 만난 것은 1998년.그해 진주에서 열린 소싸움대회에서 송아지 수준을 갓 벗어난 '범이'는 당시 병종(600~660㎏)급 최강자로 불리던 '녹수'를 상대로 무려 1시간20분에 걸친 사투를 벌인 끝에 승리하면서 하씨를 사로잡았다. 하씨는 그해 말 청도에서 열린 대회에서 '범이'를 사들였고,이후 2002년 4월26일 갑종부문 우승을 시작으로 2006년 11월12일까지 무려 19개 대회를 연속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통산전적 191전 187승 4패.하씨는 "은퇴식 날 나는 물론 형님도 아들도 참 많이 울었다"며 "영화 '워낭소리'를 봤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방울소리보다 우리 범이의 모래판 위 거친 숨소리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