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주는 팬이 한 명도 없었다면 아마 은퇴했을 거에요"
프로농구 비시즌 기간에 소속팀 대구 오리온스와 이면 계약 의혹이 불거져 18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천만 원의 중징계를 받은 가드 김승현(30)이 속내를 털어놨다.

경기 출전은 정규리그 전체 6라운드 가운데 3분의 1이 지난 3라운드부터 가능하지만 경기도 용인시 오리온스 체육관에서 몸만들기에 한창인 김승현은 "그 일로 인해 내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농구 선수는 코트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연봉 협상 마감일인 6월30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연봉 조정 신청을 냈고 이 과정에서 김승현이 KBL 재정위원회에 이면 계약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제출하는 등 파문을 일으켰다.

김승현에게 '다시 시간을 되돌려서 그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아마 다른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좀처럼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김승현이었지만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문을 연 김승현은 "팬들이 계셔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격려해주는 팬이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아마 은퇴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봉 문제로 주위를 시끄럽게 해 '돈만 밝히는 선수'와 같은 오명을 쓰게 된 것도 마음에 걸릴 터다.

"최근 두 시즌 많이 뛰지 못해 주위에서 '김승현도 망가졌구나' 이런 말들도 나오고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김승현은 "무엇보다 코트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승현은 "그 일 때문에 뭐 특별히 더 잘해야겠다거나 더 열심히 뛰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확 빠진 몸무게가 대신 그의 각오를 말해주고 있었다.

몸무게를 물었더니 "평소 이 시기에 80에서 82㎏ 정도였는데 지금 75㎏ 정도 나간다.

신인 때 이후 이 몸무게를 유지하기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왼쪽 새끼발가락에 피로골절이 약간 있었지만 28일 중국 수도강철 팀과 연습경기에도 출전해 뛰는 등 몸 상태에 아무 이상이 없다.

두 시즌을 괴롭힌 허리 통증도 이제 가셨다고 했다.

김승현은 "솔직히 두 시즌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올해 허리 근력을 키우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

준비 과정도 순조로워 이번 시즌 내내 아프지 않고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내보였다.

첫 2라운드를 못 뛰는 만큼 오리온스는 다른 선수들이 잘 버텨줘야 김승현이 돌아온 이후를 기약할 수 있다.

김승현은 "선수들이 함께 강한 훈련을 소화했고 나 역시 이번 비시즌을 열심히 보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복귀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겠느냐마는 일단 첫 2라운드도 다른 선수들이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2009-2010시즌 김승현은 2라운드 출전 정지 징계가 풀려도 한층 강해진 경쟁자들을 만나야 한다.

혼혈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전태풍(KCC), 상무에서 돌아온 양동근(모비스), 팀을 옮긴 주희정(SK), 전창진 감독과 다시 만난 신기성(KT), 자유계약선수(FA)로 소속팀과 재계약한 이상민(삼성)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꼴찌 팀을 단숨에 우승으로 이끌었던 2001-2002시즌 신인 시절의 몸무게로 돌아간 김승현의 이번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승현은 "이번 일로 팬 여러분이 그간 나를 믿고 의지했던 것처럼 나도 팬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고 다시 팬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코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만이 최대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