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 마술에 쓰이던 '개미잡이(Jynx torquilla)'라는 새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징크스(jinx)'란 말은 원래 `불길한 징후'를 뜻하는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일을 일컫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들이 어김없이 재현되면 이를 `XXX 징크스'라고 불러왔고 특히 축구에 많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1월2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원정경기에서 2-0 승리를 낚으면서 19년간 이어졌던 `사우디 징크스'를 털어냈다.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9년 동안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 사슬을 끊은 것이다.

또 대표팀은 지난달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는 1-0로 승리, 1999년 이후 10년 넘게 한국 축구를 가로막았던 남미 축구의 벽을 허물며 `남미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렸다.

이런 불운을 막으려는 듯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참가한 청소년대표팀의 리틀 태극전사들이 가진 경기 전 `특별한 습관'이 눈길을 끈다.

`기분 좋은 징크스'라고 부를 만하다.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인 이승렬(20.FC 서울)은 축구화에 `승'이라는 단어를 새겼고 경기가 킥오프되기 전에 그라운드에 `승'이라는 글자를 쓰는 버릇이 있다.

자신의 한자 이름은 `李昇烈'이라 이긴다는 의미의 승(勝)자가 아니지만 발음상 `승리'를 떠올리고 싶은 것이다.

오는 27일 카메룬과 `죽음의 C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둔 이승렬은 홍명보 감독의 호출을 받아 무바라크 스타디움을 밟는다면 승점 3점을 염원하는 `승'자를 새기는 행동을 빼놓지 않을 생각이다.

청소년대표팀의 공격 주축인 조영철(20.니가타)은 경기 전날에는 어떤 일이 잠을 푹 자려고 한다.

또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앙리' 박희성(19.고려대)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짧은 시간이라도 축구 경기를 보려고 노력한다.

또 홍명보호의 전담 키커 특명을 받은 `왼발 달인' 김보경(20.홍익대)은 경기 전날이나 결전의 날 당일 오전에 꼭 조깅을 한다.

수비수 윤석영(19.전남)은 경기 당일 머리 모양을 깔끔하게 하고 반드시 커피를 마신다.

같은 수비수 임종은(19.울산)은 경기 출발 직전 샤워를 한다.

주장인 미드필더 구자철(20.제주)은 경기를 앞두고 오랜 시간 방안에서 누워 있지 않으려고 한다.

이밖에 수비수 오재석(19.경희대)은 양말이 축구화 안에 움직이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쓰고 김영권(19.전주대)은 경기 전 음악을 듣는다.

자신의 신념을 마음에 새기려는 의식적인 행동이다.

젊은 태극전사들이 기분 좋은 징크스 덕을 보며 카메룬과 일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에즈<이집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